(139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2)
장마유감(하)
“뭐여? 저 인간은?”
사내가 김 사장에게 물었다.
“개눔!”
“뭔 소리여? 다짜고짜 개눔이라니?”
“자네 원두막 아는가?”
김 사장이 사내에게 물었다.
“원두막 지킬라구 세워놓은 원두막 모르는 사람이 워디 있어? 그러구 뭔 원두막이여?”
사내가 재차 물었다.
“그눔의 원두막이 저 개눔네 동네에서는 참외 수박 지킬라구 세워놓은 게 아니라는 겨. 그게 바로 저 개눔 감시헐라구 세워 놓았대는 겨.”
김 사장이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씁새와 김 사장이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려는 찰나에 들어 온 사람은 김 사장의 친구였다. 그리고 김 사장은 씁새 때문에 놓친 손님에 대해 친구에게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려?”
“아주 진상 중에 진상이여. 오죽허문 저 개눔의 별명이 씁새겠어?”
“씁새?”
김 사장이 놀라며 물었다.
“그려. 근디… 자네 저 개눔을 아는가?”
“왜 모르겄어? 둔산낚시 조 사장이 아주 이를 갈드만. 대전 시내 낚시점 기피대상 1호라드만.”
“그려. 아조 저놈이 아침나절부텀 저기 죽치고 앉아서 커피 수십 잔 타먹음서나 가덜 안 혀. 손님 오는 족족 딴지 걸어서 쫓아내고, 아조 죽겄다. 염병.”
김 사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김 사장의 말에 친구가 신기한 듯 씁새를 쳐다보았다.
“친구여유?”
씁새가 김 사장의 친구를 보며 물었다.
“근디유?”
“낚시혀유?”
“혀유.”
“뭔 낚시혀유?”
씁새가 숨 쉴 틈 없이 물었다.
“대충 아무거나 닥치는 대루 혀유.”
“그려유? 참 낚시꾼이구먼유. 근디, 저 김 사장은 낚시 가는 꼴을 못 봤는디, 친구는 낚시꾼여유? 김 사장은 낚시두 헐 줄 모르문서 낚시점을 해유. 그니께 말하자문 회두 썰 줄 모름서 횟집 채린 거나 마찬가지지유. 뭐… 주방장이 회 썰문 된다, 그라는디. 지눔이 썰도 못함서나 주방장 없이 주방에 들어가 있는 꼴이지유. 암만.”
씁새가 김 사장을 노려보며 씩씩 거렸다.
“그게 뭔… 소리여?”
김 사장이 물었다.
“개털이란겨.”
씁새가 툭 내뱉고는 또다시 커피믹스를 뽑아들었다.
“그만 처먹어! 벌써 열 잔은 타 처 먹었내벼!”
김 사장이 소리쳤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겨. 심성이 그리 야박시러우니께 악덕 업주 소리를 듣는 겨.”
그러거나 말거나 씁새는 다시 커피를 타면서 말했다.
“개눔! 낚시나 가라니께 왜 넘의 가게에 와서 지랄여?”
김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비와. 거기다 코로나 때미 낚싯배 타는 것두 만만치 않어.”
“마스크 대여섯 장 처 쓰고 낚시가! 제발 낚시 좀 가라! 그러고 제발 우리 가게에 나타나덜 말어! 벌써 몇 년째 드나들문서 아조 속을 뒤집어!”
“손님을 쫓아내는 겨? 인자 가게 말아 먹겄다는 겨?”
씁새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이죽거렸다.
“니놈이 손님이문 나는 대통령이다! 염병.”
김 사장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근디유, 지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말여유. 그짝 씁새라는 양반두 너무혀네유? 아무리 몇 년을 봐온 사이라지만, 넘의 가게에서 이리 죽치문서 심허니 말을 허시는데, 그건 해두 너무 허잖여유?”
김 사장의 친구가 거들며 나섰다.
“지가유, 집이서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거든유?”
씁새가 김 사장의 친구를 보며 말했다.
“근디유? 고양이가 뭔 상관여유?”
“접때 보니께 우리집 어린 고양이가 드디어 화장실을 제대루 쓰더라구유? 그라니께 우리집사람허구 딸 놈이 그 고양이가 화장실만 다녀오문 ‘아이, 잘했다. 아주 똑똑하네’이람서 박수를 쳐주는 겨유.”
“저건 뭔 개소리여?”
김 사장이 친구를 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내가 뭘 허문 잘했다는 말 한마디 안 하구 고마워두 안 허는디, 괭이가 화장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으루 박수를 치더란 말여유. 그려서 지가 그랬지유. ‘부럽다. 화장실 잘 갔다 왔다구 박수까지 받다니… 부럽다…’ 그랬그던유?”
“그려서 뭔 소리를 허자는 겨?”
김 사장이 버럭 소리를 쳤다.
“그라니께 그담부텀 내가 화장실만 다녀오문 둘이서 박수를 쳐주는 겨. 염병!”
씁새가 다 마신 커피잔을 우그러트리며 말했다.
“당췌 뭔 소린중 모르겄는디?”
김 사장의 친구도 고개를 갸우뚱 하며 중얼거렸다.
“그니께 화장실 다녀오는 것이 별건 아니지만, 지켜야 헐 것을 지키니께 박수를 받고 칭찬 받는다는 거지유. 되도 않는 비싼 물건 팔문서, 그것두 웃돈 더 받아 처먹음서 장사허문 박수 받겄슈?”
씁새의 말에 김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기 서울에 동대문시장 있잖여유? 거기가문 막 명품 비스라니 맨들어서 짝퉁이문서 진짜인 것처럼 팔아먹는 놈이 있다 이거여유. 잘 모르고 어리헌 손님이 오문 그냥 눈팅이 처서는 명품 값 받구 그라는 더러운 종자덜이 있다 이거지유.”
김 사장의 고개가 더 숙여지고 있었다.
“아무리 장사가 안되구 코로나 때미 자영업자덜 죽어간다고 허지만, 그래두 지킬 것은 지켜야지유. 우리 집 괭이두 화장실을 잘 가려서 칭찬을 받는디, 인간이 그라문 안되는겨. 양심이 있어야지.”
“듣구 보니께 맞는 말인디… 그게 누구래유? 동대문시장은 원이(원래) 그려유?”
김 사장의 친구가 물었다.
“아녀유. 참이루 양심 바른 상인덜이 엄칭이 많지유. 근디, 한두 넘덜이 그 짓거리를 헌다는 거지유.”
“그려유? 허긴 어디나 그런 종자덜은 있지유. 좌우간 그런 놈덜은 장사 접어야혀!”
김 사장의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그지유? 지두 선상님이랑 같은 생각이구먼유. 김 사장, 워뗘? 내 말이 틀리남?”
씁새가 김사장에게 물었다.
“낚시 배운 지 얼매 안되는 손님이나, 츰 배우는 손님이 오문 제대로 가르쳐주고,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허야지, 그래야 그 손님이 ‘아. 그 가게는 참이루 양심적이문서 배울 점도 많구나. 담 버텀은 그 가게만 애용혀야지’ 이라문서 단골이 되는 겨. 츰버텀 비싼 장비 보여주구 그라문 당장에야 김 사장 주머니는 두둑허겄지만, 그 손님이 또 오겄어?”
씁새가 김 사장을 보며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음… 그건 선상님 말이 맞구먼유. 지는 낚시를 잘 모르지만, 초보헌티 비싼 물건 팔문 좀 그렇네유. 그 사람이 즘차 고수가 됨서나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겄지유? 인자 면허 딴 사람헌티 벤츠 팔무는 되겄어유?”
김 사장의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낚시꾼이라매유?”
씁새가 김 사장의 친구를 보며 물었다.
“누가유?”
“그짝 선상님이유,”
“원제유?”
“아까… 이것 저것 닥치는대루 막 해대는 참 낚시꾼이라구…”
“모르는디유? 지는 골프 혀유.”
김 사장의 친구가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여허튼 선상님 말씀처럼 초보운전헌티 벤츠 팔아두 안 되지만, 손님이 어리버리 허다구, 초짜라구 혀서 소나탄지 개나탄지 허는 국산 승용차를 벤츠라구 속여서 팔무는 안 되는 거지유.”
씁새가 다시 한 번 김 사장을 쳐다보았다.
“그라지유, 그라지유. 비싼 벤츠 팔무는 그건 나쁜 놈이지만, 국산차를 벤츠라구 속여 팔문 사기꾼이지유.”
김 사장의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김 사장은 계속해서 헛기침만 해대고 있었다.
“워뗘, 김 사장아?”
씁새가 김 사장을 불렀다.
“그건 그렇고… 김 사장. 그 호이장 놈 조카가 요즘 낚시를 배운다네? 그려서 걔를 여기 가게로 내려 보낼라니께 좋은 물건으로 소개혀봐. 애가 바다낚시를 츰 배우는 초짠디, 우덜허구 같이 장비를 사러 갔으문 오죽 좋아? 저짝 어디 낚시가게 혼자 가서는 눈팅이를 대차게 처 맞은 모양이여. 걔더러 김 사장네 가보라고 헐라니께 잘 좀 알려주고, 좋은 물건이루 소개혀봐.”
“그려…”
김 사장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라문 나는 이만 갈라네. 그짝 골프 선상님두 편히 계셔유.”
씁새가 유리문을 열며 말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와 우산을 펴며 전화를 걸었다.
“뭐여? 비 오는데 뭔 짓 허는 겨? 또 마룻바닥에 낚시장비 깔아 놓고 깨춤 추는 겨?”
“이 씨불놈은 대낮부텀 전화질 혀서 뭔 개소리여?”
휴대폰 너머로 호이장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랄 말고 니놈 조카헌티 김 사장네서 산 장비 몽땅 싸들고 김 사장네 가게로 가라고 혀. 그라문 두 말 안혀고 지대루 값을 멕여줄 껴.”
씁새가 호기롭게 말했다.
“그라문… 김 사장이 눈팅이 친 거 사과 헌겨?”
“사과는 개뿔! 내가 누구여? 씁새여! 아조 잘 알아듣게 조목조목 얘기 혔으니께 두 말 않고 다시 계산해줄 껴. 음하하하! 좀만 놈이 누구헌티 눈팅이를 칠라구 혀!”
씁새가 빗속에서 호기롭게 웃어 제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