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87)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존경하는 낚시계의 선, 후배님들, 요즘 우치키 지내신대유? 코로난지 뭣인지 때문에 여간 맘 고생, 몸 고생이 심허시지유? 안 그래도 전국 각지의 선장님덜, 낚시점 사장님덜헌티 안부전화가 오는디, 죄다 죽겄다는 소리뿐여유.
“우럭이 나올 시기여. 인자 생미끼 시작헌다는 소리지. 그라고 광어도 제법 올라온다 이거여. 근디, 손님덜이 오덜 안혀! 포구에 낚싯배 붙잡아 놓고 허송세월이여! 염병… 코로나 사태때미 손님덜헌티 오시라고도 못허고… 손님덜두 깝깝허고… 염병! 낚싯배 20년에 이런 지랄은 첨이여. 접때 휴일 날두 겨우 다섯 분 모시구 나갔었어. 한 배를 채울 수가 없다니께.”
격포 박 선장이 한숨 폭폭 쉬문서 전화가 왔구먼유.
“이짝 상권이 다 죽었어. 횟집, 건어물 가게, 음식점… 모두 파리 날려. 아니다. 파리두 읍써. 파리두 안와서 파리두 못 날려. 길거리가 썰렁혀.”
이게 격포만의 문제겄어유? 전 세계가 전염병이 창궐혀서 난린디. 접때 휴일에 모처럼 동네 낚시점엘 들렸거든유? 독자님덜두 아시다시피 개차반낚시회라고 허문 별 시덥잖은 사고뭉치들이라서 그리 반가워 허덜 안 혀유. 분명히 얼굴에 내 천자 한 개 깊숙이 그리구서는 짜증부터 낼 것이라고 생각허구선 들어갔더니, 별 반응이 없대유?
“온겨?”
김 사장이 본 둥 만 둥 시큰둥허드라구유.
“왔어.”
“패거리 다 오는겨?”
“아녀. 심심혀서 나 혼자 왔어.”
“앉든가…”
잔소리 많기로 소문난 김 사장인디, 풀이 팍 죽어 있드만유. 이유야 다 아시는 코로나 때문이지유. 낚시점이 썰렁하고, 골방에서 새잡던 화투패들도 안 보이고, 진열장 가득하던 물건들도 듬성듬성 허드만유.
“개점휴업이여?”
“보문 몰러? 물건 떼어놓을 돈두 음써. 손님도 안 오구…”
김 사장이 여전히 심드렁헌 말투로 대답하는디, 영 맥아리가 없는 것이 시상 다 산 놈만치 그러대유.
“그려두 민물낚시 손님은 있을 것 아녀? 선상낚시처럼 한 배에 다닥다닥 붙어서 허는 것도 아니고. 한적시런 저수지서 고요히 낚시 헐 것인디? 그런 손님도 없는겨?”
“국가에서 외출을 자제허라는디, 누가 돌아 댕기겄어? 그려두 민물낚시는 혼자 댕기는 것이니께 좀 손님이 있을 줄 알고 지랭이 몇 통 받아 놨었는디, 그 지랭이가 어제 이무기루 변신혀서 하늘로 날아갔어.”
뭐, 지랭이가 뱀장어만큼 커지도록 안 팔린다는 얘기겄지유.
“시방이 민물낚시 초절정기 아녀? 붕어들도 산란을 시작헐 것이고, 온갖 괴기덜이 입질을 시작헐 것인디… 허긴 뭐, 이런 고민도 죄다 행복시런 고민이여. 전염병 때문에 고생허는 사람덜 보문 이런 푸념허는 것도 행복허다고 허야지.”
김 사장이 웬일로 커피까지 타 주문서 얘기 허대유.
“참. 씁새야! 저 밑에 내과병원 하는 최 원장 알지?”
“그려. 최 원장. 낚시 기맥히게 하는 친구.”
“그 친구가 대구서 집단감염 나타났다고 혀서 득달같이 대구루 지원봉사 떠났잖여?”
“그려? 우쩐지… 안 보이드라 했드만… 된 친구구먼.”
최 원장은 우덜 또래였지유. 민물낚시를 하도 좋아혀서 휴일이문 인근 저수지루 낚싯대 들구 떠났지유. 긴급헌 환자가 있으면 그러지도 못허지만, 틈나는 대로 저수지로 돌아다니던 낚시광였어유.
“그 친구 딸내미두 간호사인가 그렇지?”
“그려. 그 딸내미두 대구루 자원봉사 갔대니께.”
“참… 된 집안이네.”
“그 친구가 화상전화가 왔드라구. 얼굴이 반쪽이 되어서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냥이여. 그려두 첫 마디가 예당저수지에 산란붕어들 소식이 있냐는 거여.”
“그려. 그려. 소문난 낚시광이 그런 얘기 헐 법하지.”
“빨리 이놈의 코로나가 사라지고, 사람덜 모두 완쾌허고, 예전으루 돌아갔으면 좋겄다. 그냥 시상 시름 다 잊어버리고 고요한 물가에서 하늘거리는 찌만 바라봤으면 좋겄다.”
문득 내가 낚시를 가 본 것이 언제였는가 싶대유? 올해 1월 초에 열기낚시 가고는 끝이였으니께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디, 무척이나 오래된 느낌이여유. 그만치 코로나가 우덜을 갑갑하게 만든 거겠지유.
예전에 비니루 귀신사건으루 난리치던 대청댐 호반도로에도 벚꽃이 만발하다네유. 바람이 불면 소나기 내리듯 흩날리던 벚꽃도 올해는 귀경허기 힘들 것 같어유. 마음만 먹으문 그저 차타고 한 바퀴 빙 돌아 와두 되는디, 마음만 그럴 뿐 선뜻 내키지가 않는 것이 코로나가 우덜 마음까지 우울하게 맨드는 모냥이지유.
다 식은 커피 마시문서 낚시점 창밖으루 거리를 내다보는디, 왠지 울컥 허드만유. 늘상 봐 오던 거리 풍경이 자꾸 낯설어지고,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도 어딘가 무거운 근심 하나씩 짊어진 것처럼 보이구유. 그렇게 한나절을 김 사장과 둘이서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다가 돌아왔지유.
그리고는 저녁 무렵에 낚싯대 죄다 꺼내서는 청소라도 할까 했지유. 거실 한 가득 낚싯대부터 온갖 장비들 늘어 놨는디, 영판 청소할 기분이 아니드만유. 괜히 신이 난 우덜 집괭이들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린디… 그저 맥이 다 빠진 기분이었어유.
어쩌면 기약 없는 출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심정이겠지유. 텔레비전서 들려오는 얘기는 암울한 코로나 얘기뿐이고, 이 낚싯대를 다 닦고 나서는 다시 꾸려놔야 하겠지… 그리고는 언제 또 꺼낼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꺼낼 수 있는 날이 오긴 한 걸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과 답답함만 거실 가득 내려앉아 있었어유.
어쩌면 텔레비전서 비추는 코로나와 목숨 걸고 싸우는 의료진들과 구급대원, 자원봉사자들을 보문서 이런 나의 모습이 한심했는지두 모르지유. 어딘가에서는 전염병에 감염되어 사투를 벌이고,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고, 그 여파로 경제는 암울해지고, 혹시라도 전염될까봐 사람들은 불안해 하고… 그런데도 낚시 떠날 날을 기다리는 내 모습이 자꾸 미안해 지드만유.
사스 때나 메르스 때도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지유? 그때는 그래도 낚시는 다녔고, 시상이 이리 각박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유. 평생 필수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마스크가 가장 소중한 필수품이 되어버린 시상이지유.
그래도 언젠가는 끝이 있겄지유? 대한민국 국민들 공통의 취미가 ‘국난 극복하기’라문서유? 언젠가는, 반드시 언젠가는 이 빌어먹을 전염병을 극복하고서 우리 낚시 선후배님덜허고 저수지서, 강가에서, 바다에서 즐겁게 인사하문서 떠들 날이 올 거여유. 그때쯤 개차반낚시회두 씁새두 해괴한 사고도 신나게 치문서 독자님덜 배꼽 좀 잡아드릴 거구만유.
이번호는 우리 독자님덜과 우리나라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는 글을 드리고 싶구만유. 유태인의 지혜서 ‘미드라수’에 나오는 이야기여유. 어느 날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자신을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글귀를 새겨라, 그 내용은 내가 승리했을 때 기쁨에 취해 자만하지 않도록, 또한 동시에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수렁에서 건져 줄 그런 글을 새겨 달라고 부탁을 했다네유. 보석 세공인이 그 글귀를 고민하다가 솔로몬을 찾아갔대유. 그러자 솔로몬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유.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폐하께서 승리의 순간에 그 글을 보시면 자만심을 가라앉히게 될 것이고, 절망의 순간에 그것을 보신다면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오늘, 이 순간… 우리 독자님들과 대한민국에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 닥쳤을 것입니다. 이때 이 말을 외치고 힘을 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낚시춘추의 가족님들, 독자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