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84)
우리나라 낚시 종류가
얼마나 많게유?
독자님덜, 지난 한 해 증말루 고생허셨슈. 우덜 같은 서민덜, 죽을 동 살 동 개고생 허는디, 이 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허는 놈덜은 죄다 지덜 밥그릇 싸움만 허문서 서민덜 더 고통시럽게 허는디, 그 환장 바닥 같은 2019년 보내니라고 증말루 수고 허셨구먼유. 올해는 우리 독자님덜 어복 충만허시고, 사고 하나 없는 2020년 되시길 빌겄슈.
이번 편에서는 낚시는 낚시지만, 결과적이루는 낚시가 아닌 이야기를 좀 해보겄어유. 허긴, 뭐… 씁새허고 개차반낚시회 놈덜 낚시가 낚시여유? 노바닥 낚시 가서는 꽝 치기 일쑤고, 디립다 사고나 치고, 넘덜 민폐나 끼치고… 참이루 개차반낚시회 넘들은 반성허야 되여.
2020년 첫 이야기니께 신나고 재미진 얘기를 혀 드릴까 혔는디. 어차피 지허고 친구 넘덜 낚시가 개차반 아녀유? 허는 짓들 모두가 넘들이 들으문 재미지잖어유? 우덜은 죽을 맛이지만.
작년이었어유. 우덜 아파트 정문에 통닭집이 있어유. 지가 들려드린 얘기 중에도 자주 등장허는 그 통닭집이지유. 작년에 태풍이 오죽 많이 왔어유? 이건 뭐 낚시 한번 갈라치면, 태풍이 오는 겨. 그것도 주말이면 찾아오는디, 이놈의 태풍이 무신 기독교 신자덜 주말에 예배당 가듯이 정기적이루 오는 겨. 안 그렸어유?
그때도 주말에 또 태풍이 온다고 홍원항의 선장이 배 취소시키는 바람에 손가락만 벅벅 긁게 생겼는디, 호이장 놈이 치맥이나 한 잔 허자구 혀서 그 통닭집에 우리 개차반낚시회 놈덜이 모여 있었지유.
근디… 월레? 총무 놈이 뭔 되도 않는 티셔츠를 입고 온 거여유!
“이건 뭔 개짓거리여? 이게 뭔 괴기 그림이여?”
티셔츠 앞판에 뭔 시퍼런 물괴기 한 마리가 루어를 주둥이에 걸고 있드라구유.
“루어낚시 티셔츠여!”
총무 놈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며 말하드만유.
“루어낚시인지 누가 몰러? 뭔 바다낚시 댕기는 놈이 이런 쓰잘데없는 거적데기를 걸친 겨?”
“이번에 서울서 낚시용품 박람회 혔잖여? 거기 가서 이것저것 사다가 이뻐서 하나 사서 걸친 겨.”
“부루조아 지주의 아들놈!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적폐의 원흉!”
또다시 총무 놈을 향한 욕지거리가 쏟아졌지유. 그러자 총무 놈이 쇼핑백을 상 위에 턱 올리더니 소리치대유.
“이 불가촉천민들아! 내가 네놈덜이 불쌍혀서 친히 거금을 투자혀서 네놈들 거적데기도 하나씩 샀다. 어서 입어 보거라.”
그러더니 쇼핑백 안에서 티셔츠를 한 장씩 꺼내서 주는디… 죄다 그림이 배스여!
염병… 먹도 못하는 배스…!
허지만! 이쁘대유. 파란색 바탕에 초록색 배스가 루어를 물고 있는디, 이뻐!
“역시 넌 배운 놈이여. 아주 착한 지주의 아들 놈이여.”
그렇게 우덜이 모두 총무 놈이 선물한 배스 티셔츠를 입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지유. 그러고는 한참을 날씨 탓허구 태풍 욕을 바락바락 허문서 맥주를 마시는디, 마침 우덜 옆자리에 젊은 남녀가 들어와 앉아서 맥주와 치킨을 주문하드만, 우리가 허는 얘기를 솔깃허니 듣대유?
“우째 노바닥 태풍이여. 이라다가 낚시는커녕 물 귀경두 못허는 거 아녀?”
“내 낚싯대가 곰팡이가 났어! 다 썩어 문들어질 지경이여!”
“결국 낚시 한 번 갈라문 연차라도 내서 평일에 가야 허는 것 같어.”
“어제 태클박스 열어보니께 웜(바다용임 민물용 아님)이 죄다 쩔어서 엉켜 붙었드라구.”
“그것 뿐이여? 집게서껀, 가위서껀. 죄다 녹슬구 난리도 아니여.”
“접때 신상이루 릴허구 릴대 샀는디, 이대루 골동품이 될 것 같어.”
(잘 들어 보시문 낚시 얘기는 허는디, 절묘허니 뭔 낚시인지가 안 나와유! 분명히 우리는 바다낚시 얘기 중이었구먼유.)
저마다 한마디씩 떠드는디, 젊은 남자가 우리헌티 말을 걸드라구유?
“낚시 댕기시나 봐유?”
남녀 부부인디, 대략 나이는 30대 초반은 된 것 같드라구유.
(젊은 남자의 생각 – 우아! 이 양반들 아마 낚시 동호회인 것 같다! 단체로 팀복도 맞춰 입었네?)
“그려유. 그짝두 낚시 좋아허는 모냥이여유?”
지가 고개를 끄덕임서 대답했지유.
“아! 우리 부부두 낚시 상당시럽게 좋아허는디. 그짝 성님네는 낚시 몇 년 허셨어유?”
젊은 남자가 반색을 허문서 묻대유?
“그람! 나눔을 실천허는 된 놈이여.
웬만허문 신상 낚싯대를 사주면 좋은디…
여허튼 너는 대구리가 여문 놈이여.”
“낚시 경력이루는 50년이 넘었지유? 초딩핵교 들어가기 전버텀 했으니께…”
“우어! 그라문 완전 프로시겠네유? 우리 부부는 인자 시작헌 지 2년 정도 됐구먼유.”
(젊은 남자의 생각 – 우아! 이 양반들 완전 고수들이구나! 우아!)
“그려유? 그라문 우덜 합석해유. 요즘은 젊은 친구덜이 낚시를 잘혀! 장비두 인터넷이루 막 구입허고 우덜보담은 더 잘혀!”
그렇게 해서 그 부부와 합석을 하게 되었고, 간단한 호구조사를 시작이루 술판이 돌았지유.
“어디짝이루 많이 댕기셔유?”
젊은 색시가 묻대유?
“우덜이야 뭐 안 가리지유. 워디서 잘 나온다 허문 그냥 가니께. 전국적이루 댕기는겨.”
“우어! 증말루 프로시구먼유. 우덜은 가까운 곳이루 대충 바람 쐴 겸 댕겨오는디.”
(음… 대전에서 가까운 곳이면… 홍원? 격포? 뭐 그 정도 되겄지유?)
“그라문 이번 토요일에 같이 가실까유?”
“그려. 그려. 그라문 장소는 우덜이 (격포)어부네(낚시점 이름)헌티 알아볼 테니께.”
(젊은 남자의 생각 – 대청댐 어부동의 낚시점… 거기 얘기로군!)
“그려유, 그려유. 근디 나이 있으분 분덜이 낚싯대 휘두르시는 것 보무는 증말 존경시러워유. 요즘은 우덜 같은 젊은 친구덜이 많이 허는디, 나이 있으신 분덜은 뵙덜 못했구먼유.”
(젊은 남자의 생각 - 이게 보통 힘든 낚시가 아닌데, 이 분덜은 장난이 아니구먼. 존경시러워.)
“뭔 소리여? 아침에 일어설 기운만 있으문 휘두르는겨! 냅다 휘두르는겨!”
“영광이구먼유. 원제 우리 부부두 껴주셔유. 우덜두 한 수 배우구 싶네유.”
“에헤이, 뭔 영광까지. 그려두 경력이 있구 실력이 있으니께 배울만은 헐거여. 기회에 같은 동네에 사니께 같이 낚시 다니문 오죽 좋아.”
(솔직히 뭐, 넘덜 가르칠 실력두 못 되유. 괜히 넘덜 낚시 허는디 훼방이나 놓지 않으문 다행이지유.)
그렇게 술이 술을 부르고 흔쾌히 술잔이 오갔어유. 근디, 여기서 중요헌 것은 정작 무신 낚시를 허는지 아무도 얘기를 허덜 않했다는 거여유. 일이 그리 될라니께 얘기덜이 그렇게 뼈대 추려내고 알맹이 걷어내고 껍데기만 떠들어댄 거지유.
근디 얘기가 알맹이 걷어내고, 껍데기만 떠들어도 쌍방이 알아먹은 것은 우리들 옷차림 때문이었어유. 총무놈이 선물한 티셔츠를 죄다 입고 있는디, 영락없는 민물 루어낚시 동호회 복장 아녀유? 이건 물어보고 헐 여지두 없이 루어낚시여!
“오케이! 완벽혀! 김 선장이 자리가 있대는 겨. 태풍 때미 예약헌 사람덜이 취소를 많이 했는개 벼. 여섯 자리 예약혔어!”
그 사이 홍원이루 전화를 한 호이장 놈이 한껏 웃으며 말했어유.
“김… 선… 장… 웬 선장이 나와유?”
그러자 젊은 친구가 고개를 갸웃허문서 묻대유?
“홍원항. 어부낚시 김 선장! 몰러? 낚시 2년 혔으문 유명헌 낚시점은 거의 알 것인디?”
“거기서 낚시해유? 홍원이서? 선장이… 데려다줘유? 여기 대청댐 어부동 낚시점 아녀유? 어부동 초입에 있는 그 낚시점.”
새댁이 눈이 동그래지면서 물었어유.
“그… 그려… 김선장… 어부낚시… 낚시 댕긴대미?”
“예… 근디… 홍원에 루어 할 데가 있어유?”
“루어…! 그려. 가짜 미끼 웜 끼고… 채비… 뭔 소리들이여?”
“루어… 막 강 타고 댕기문서 쏘가리 잡고… 배스잡고…”
젊은 남자가 다시 중얼거렸어유.
“응? 쏘가리가 거기서 왜 나와? 농어… 우럭… 광어…”
총무 놈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지유.
“우덜 부부는 쏘가린디유?”
새댁이 우리들의 티셔츠를 번갈아 보문서 다시 묻대유?
“우덜은 농어… 광어… 우럭인디? 담달부텀은 주꾸미… 갑오징어…”
“뭐여? 그짝은 그람 민물 루어낚시여? 배스낚시?”
지가 놀라서 물었어유.
“그러지유. 성님덜이 티셔츠가 죄다 배스 아녀유? 배스동호회!”
“아닌디? 배스 아닌디? 우덜은 선상낚신디?
막 배위에서 허는… 뭐여?
지금까지 서루 각자 알아먹은겨?”
결국 일반화의 오류가 빚어낸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구먼유. 총무 놈이 선물한 배스 그림의 티셔츠가 불러온 한바탕 소란이었지만, 그래도 서로 웃으며 우리나라의 낚시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구먼유.
그 부부는 그날 저의 사탕발림에 꼬여서는 9월 중순쯤에 주꾸미낚시에 반 강제로 끌려와서는 연신 비명을 지르며 주꾸미 끌어내기에 여념이 없었지유. 그 후로도 부부가 주꾸미낚시를 한 번 더 갔었다고 하드만유. 각자가 자기의 생각만 고집하고 그렇게 고착화시키문 이런 일이 벌어지지유.
시상 사는 게 만만치 않다 보니께 우덜두 그런 오류에 빠질 때가 종종 있지유. 특히나 저 둥그런 지붕 밑에서 일헌다는 놈덜 말여유. 우치키 그넘덜은 서민덜 생각은 전혀 안허고 지덜 배알 꼴리는 대로 오류에 빠져서는 그런 짓거리를 허나 몰러유.
올해는 지대로 된 놈덜로 물갈이 싹 허고 우리는 즐거이 낚시를 다녔으면 좋겄구먼유. 강이나 저수지나 바다나 매한가지여유. 오죽허문 접시물에도 빠져 죽는다고 허겄어유?
그저 몸 건강하시고 안전사고 유의하시고, 어복 가득한 한 해 되셔유. 또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가 무궁무진 허니께 다음편도 기대 하시구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유.
씁새 올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