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83)
세상에 이런 놈들이!
시상을 살다보문 참이루 희한시러운 종자덜을 꽤 많이 보게 되지유. 그려두 그것이 넘에게 이로우문 ‘시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헐 만한 기인이나, 명물로 불리우게 되겄지만, 넘덜헌티 피해나 주구 그라문 이건 그냥 쓰레기 아녀유?
뭐… 독자님덜 중에는 ‘씁새! 니놈이 그런 말을 헐 자격이나 된다구 생각허는 겨? 보니께 노바닥 사고나 치구 넘덜 피해나 주는디, 니놈이 그런 말허문 우습덜 안 혀?’라고 허시는 분덜두 계시겄지유.
그려두 지는 피해를 당혀두 싼 놈덜헌티 허는 거여유. 그렇다구 지가 잘난 놈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말여유. 여허튼, 지가 할라는 얘기는, 이놈이 허는 짓이 딱히 피해를 줄라고 헌 것은 아닌디… 결국은 피해를 주는 그런 놈 얘기여유. 메치나 엎어치나 그게 그거지만유.
우덜 사는 아파트 옆짝이루 주택가가 있어유. 이놈이 그 주택가서 사는 놈인디, 아파트 앞에 맥주집이서 서로 낯짝 익히고 우쩌다가 통성명허고 그러다가 친해졌지유.
이 썩을 놈이! 아… 진정허고 얘기드리겄슈.
1.
이놈이 낚시를 곧잘 헌다는 겨유. 우덜 패거리덜끼리 맥주집서 괴기가 우쩌고, 낚시가 우쩌고 허는 소리를 듣고는 지두 낚시를 곧잘 헌다문서 끼어드는 바람에 친해진 거지유.
뭐 츰부터 그놈이 그런 해괴헌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지유. 그려서 서로 낯짝 트고 그람서 친해진 김에 같이 낚시를 가기로 했구먼유.
그때가 초겨울였구먼유. 금강 B쪽 수로에 민물낚시를 가기루 했어유. 그것두 1박 2일루 말이지유. 그려서 토요일 낮에 모여서는 호이장 놈 승합차에 짐을 때려 싣는디, 그날따라 총무 놈이 보기에두 상당헌 고가의 파카를 입구 온 거여유.
그라문서 “우뗘? 이것이 오리털 따우가 아녀! 이것이 그 유명한 구스다운! 거위털이여. 오리털 따위허고는 비교가 안 되여! 따수워. 엄칭이 따수워. 올해 신상품이라는겨. 오리털 파카 대여섯 벌 내놔봐야 이거 한 벌 값이 안 되여. 따수워. 엄칭이 따수워!” 이 지랄을 허문서 자랑하기 바쁘더라구유.
허긴, 총무놈이야 그저 신상품 모으는 재미루 낚시허는 부루조아 놈팽이라는 것을 아니께 내색은 안 혔지만, 속이루는 엄칭이 꼴보기 싫었지유. 이놈이 낚시터루 달려가는 내내 그놈의 파카 자랑허니라고 쉴 새가 없었슈.
그때 호이장 놈 승합차에 지가 조수석에 앉았고, 뒷좌석에 총무 놈허고 회원 놈이 앉았고, 그 뒤에 바로 문제의 그놈이 앉아서 가게 되었지유. 말씀 드린 대로 총무놈은 연신 그놈의 거위털 파카 자랑하니라 신났지유.
“개눔! 미친 부루주아 새키!”
“썩어빠진 지주의 아들놈!”
“인민의 고혈을 빠는 악덕 자본가 새키!”
우리들이 열심히 쌍욕을 해댔지만, 총무놈은 더욱 열심히 떠들어 댔구먼유.
“오냐, 이 천박한 소작농의 자식들아! 이 불가촉천민들아! 니놈덜 낚시장비 죄다 내다 팔아도 이 옷은 못 살 것이다. 촘만 놈덜!”
참이루 총무 놈 파카를 홀랑 벗겨서 내다 버리구 싶드라니께유.
근디… 거의 금강 초입쯤 도착했을 때였어유. 웬 깃털 쪼가리덜이 차 안을 날라 댕기는 겨유!
“이건 뭣이여? 워디 달구새끼(닭) 잡는겨?”
“웜마? 눈송이처럼 날리는디?”
이라문서 뒤 돌아봤드만 온 차안이 갑자기 깃털들로 뒤덮이는 겨유!
“이게 뭔 사단이랴? 총무야! 니놈 파카가 찢어져서 깃털이 새는개비다!”
이라니께 총무놈이 막 지놈 파카를 이리저리 만져보드라구유.
“월라! 이 씨벌! 이거 왜 이랴? 왜 등짝이 주저 앉은겨? 이거 거위털 다 워디간겨?”
총무놈 파카의 뒷 등짝이루 푹 주저앉아서 그냥 천 쪼가리가 되었드라구유. 그 풍성하던 등짝이 그냥 민짜 천 쪼가리루 변헌 거지유. 그란디, 차 바닥을 보니께 맨 거위털 천지여! 그것두 그 문제의 그놈! 그놈 발아래에는 아예 수북하게 쌓였드라구유!
“이게 뭔 일이여? 우찌된 심판이여?”
총무 놈이 그놈을 보문서 다그치니께 그놈은 별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무심허니 대답허대유?
“그니께… 오다보니께… 총무님 어깨 쪽… 재봉선이루 깃털이 하나 보이대유? 그려서 지저분 시러워서 뽑았는디… 또 나오대유? 그려서 또 뽑았는디… 또 나오대유?”
그라니께 일이 이렇게 된 거지유. 뒷좌석에 앉아서 가던 이 녀석이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총무놈을 보게 되었는디, 어깨 재봉선이루 웬 깃털 하나가 삐죽이 얼굴을 내민겨! 이놈이 그걸 보고는 신경 쓰여서 뽑다가 그냥 홀랑 뽑아낸거지유.
일러스트 이규성
“그니께… 오다보니께… 총무님 어깨 쪽…
재봉선이루 깃털이 하나 보이대유?
그려서 지저분 시러워서 뽑았는디…
또 나오대유? 그려서 또 뽑았는디… 또 나오대유?”
결국 뒷 짝 주저앉은 파카를 보고는 총무 놈은 길길이 날뛰고 호이장 놈은 난분분 흩날리는 깃털 청소헌다고 씩씩거리고, 문제의 그놈은 그냥 우쩌다보니께 그리된 것이고, 그 비싼 파카가 짝퉁일지도 모른다고 날뛰고… 결국 그날두 낚시는 꽝 친 거지유. 시상 살다보문 별 요상시런 일들도 많고, 별 해괴헌 놈덜두 많어유. 그치유?
그려서, 이번에도 별 해괴시런 놈의 얘기를 하나 더 해드릴라구 허누만유. 뭐… 자꾸 요상시런 놈덜 얘기를 해대니께… 씁새놈 주위에는 죄다 요상망칙헌 놈덜만 잔뜩 꼬여 있는 중 아시는디… 맞어유. 그런놈덜 지 주위에 많어유. 미치겄어유.
이놈은 뭔 미래식량? 무슨 미래식량을 연구허는 모 식품기업에 댕기는 연구원이라는겨유. 회원놈 친척이라는데, 겉보기에두 속칭 똘끼가 다분해 보이드라구유. 이놈은 낚시를 헐 줄은 모르는디, 우치키 지 친척인 회원놈이 낚시를 댕긴다고 허니께 무료허고 심심허니께 따라오게 된거지유.
2.
장소는 초평저수지였구먼유. 1박2일 좌대낚시를 계획하고는 좌대를 탔어유. 회원 놈이 그 친척 놈 자리 만들어주고, 낚싯대 펴주고, 괴기 잡는 법 이런 거 죄다 알려주고 그럴 때까정은 순탄시러웠구먼유.
그때가 여름이었는디, 우차피 밤에나 되어야 고기가 나올 것 아녀유? 땡볕에 괴기가 나올 리가 없지유. 그려서 낚싯대나 담그고 몰려 앉아서 캔맥주에 마른 오징어를 뜯고 있었지유. 그러다가 이 친척 놈이 미래식량에 대해 침을 튀기며 떠들어 대기 시작했지유.
“에또, 성님덜! 인자는 지구의 인구는 포화상태여. 즉, 인간은 마구 늘어나는디, 땅때기가 부족헌겨. 안 그려유? 인간덜이 늘어나니께 땅때기는 좁아지는 것이 이치여요. 이해가 가시지유?”
“예미럴! 우덜이 무신 젖먹이 어린앤 중 알어? 초딩두 알고 있는 사실을 뭔 대 발견처럼 씨부리? 그려서 우쩌라고?”
“그니께요. 그니께 땅때기가 좁아지니께 뭔 사단이 나겄어요? 아따! 곡식 심굴 자리가 부족헌겨! 거기다가 늘어난 인구에 대비혀서 물괴기덜두 부족해진겨! 늘어난 만큼 처 먹으니께. 그라니께 육지 괴기도 부족혀, 물에 사는 괴기도 부족혀, 곡식도 부족해 지는겨.”
“그려서 낭중에는 굶어 뒤지는겨?”
“아니문 나무껍질 벳겨 먹는겨?”
“에헤이, 성님덜! 그려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우덜같은 연구원덜이 노력허잖여유. 이른바 미래식량. 또는 대체식량!”
“그려서 요지가 뭐여?”
“지금도 먹을 수는 있지만, 먹지 않는 다른 먹거리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발굴해 내는 거지유.”
“그게 뭐여?”
“있잖유! 메뚜기, 지랭이, 송충이, 그러고 밀웜 이런 거.”
“지랄을… 메뚜기는 옛날부텀 먹었어! 그거 잡아서 들기름에 달달 볶으문 엄칭이 꼬수워! 니덜 송충이알 볶아 먹어봤냐? 엄칭이 꼬수워!”
“그려, 그려. 개구리두 먹구 뭔 알두 먹구. 예전부텀 먹은 것인디, 뭔 새삼시럽게 미래식량이여?”
우덜이 반박을 허니께 친척 연구원 놈이 부애가 나는 모냥여유.
“그란 게 아녀유! 그걸 체계적이루 식량이루 만드는 거지유. 일테면 저기 저거. 구디기두 식량으루 만드는 거지유.”
그 친척 연구원 놈이 불루길 잡겄다고 총무놈이 사온 구더기를 가리키며 말허대유.
“옘병! 아무리 처먹을 것이 없어두 구디기를 우치키 먹는대는 겨? 저것이 우치키 식량이 된다는겨?”
우덜이 또 반박을 허니께 그 친척 연구원 놈이 얼굴이 벌게서 대들드만유.
“어따! 성님덜! 저 구디기는 지금두 먹을 수 있는 겨유! 우덜이 모르고 혐오시럽다고 허지만, 저거 고단백여유! 김병만이가 허는 정글의 법칙이서 보문 막 구디기 먹잖여유!”
“에헤이, 그건 썩은 나무에 사는 무신 다른 애벌레지. 그건 구디기가 아녀! 저건 먹으문 안되!”
그러자 그 친척연구원놈이 벌떡 이러서더니 구디기 담긴 그릇을 가져오대유?
일러스트 이규성
“지랄을… 메뚜기는 옛날부텀 먹었어!
그거 잡아서 들기름에 달달 볶으문 엄칭이 꼬수워!
니덜 송충이알 볶아 먹어봤냐? 엄칭이 꼬수워!”
“봐유! 이게 넘덜은 혐오시런 구디기루 보일지 몰라두, 우덜헌티는 미래를 책임지는 고단백 식량여유! 기막히게 기특한 놈여유! 이건 지금도 먹을 수 있는 식량인 거여유!”
이라더니 씩씩거리며 그 구디기를 입에 털어 넣는겨유!
“봐유! 아무렇덜 안 혀! 꼬십대니께유? 엄칭이 꼬수워유!”
녀석은 그대로 구디기를 우물우물 거리며 먹는겨유!
“우웩! 염병 그걸 생이루 처 먹구 지랄여!”
그 꼴을 본 우덜은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지유. 물론 그놈도 우덜이 자꾸 반박을 허니께 승질이 나서 그랬겄지만, 지두 생 구디기 털어 넣으문서 아차! 했을지두 몰러유.
“옘병… 술 맛 떨어지게 뭔 구디기를 털어 넣고 지랄여?”
“이게 시상에 이런 일이여? 아니문 기인열전이여? 든적시런 새키!”
물론 연구원덜 똥고집과 그런 자부심이야 높게 사겄는디, 이건 아니잖여유? 그놈의 생 구디기 쑈를 보고 난 후에 도저히 맥주 맛도 안 나고 그려서 피라미라도 잡겄다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지유.
근디… 잠시 후에 갑자기 그 친척 연구원 놈이 막 비명을 지르문서 좌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겨유!
“으미! 내 배! 으미! 으미!”
씨부럴… 쌩 구디기 처먹었으니 지가 아무리 연구원이라두 남어 나겄슈?
식은땀을 흘리문서 나뒹구는 녀석때미 결국 관리인에게 배를 부르고 혀서 그놈을 병원이루 데리구 갔지유.
병명이 식중독이래유. 그봐유! 먹으문 안 되는겨! 결국 그날두 낚시는 접어야 했어유.
인자부텀은 같이 낚시 갈 놈덜은 세심허니 관찰허구서 데불구 가야겄어유. 호기심에 넘의 옷에 거위털 안 뽑는 놈허고, 미래식량 연구원 아닌놈이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