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연재_낚시콩트 씁새 (272)
목간통 잡담
“더러지게 추운 날이여… 예미, 이러다가 바다고 저수지고 강이고 죄다 얼어서 괴기덜 다 얼어 뒤질껴. 그라문 낚시꾼덜은 낚시 갈 일이 없어지는겨. 그려서 낚시꾼덜이 손바닥만 벅벅 긁다가 애가 타서 뒤지는겨. 그라문 낚시가게허고 배낚시 선장이 또 장사가 안 돼서 굶어 뒤지는겨. 그러다가 보문 우리나라 경제가 절딴나는겨. 우리나라가 절딴나니께 트럼프가 김정은이 하고 맞다이를 허덜 못해서 재선에 떨어지고, 울화병이루 뒤지는겨. 그러자 이번에는 트럼프만 졸졸 쫓아 댕기던 아베가 그 슬픔에 목메어 뒤지는겨. 그러고 미국도 일본도 경제가 절딴나문서 전 세계의 경제가 모두 절딴나는겨. 우뗘?”
씁새가 입김을 호호 불며 떠들었다.
“지랄두 너처럼 허문 개그맨들이 먼저 뒤지겄다. 하고자 허는 얘기가 뭐여?”
호이장놈이 어깨를 더욱 움츠리며 물었다.
“날씨가 너무 추우문 안 된다는 얘기여. 강추위라는 게 이처럼 무서운 것이라는 얘기지. 당장 우덜두 이 즐거운 주말에 낚시두 못 가고 묵은 때 벗긴다고 목간통에 가잖여?”
씁새가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시상에서 네놈이 하는 말처럼 쓰잘데기 없는 얘기는 한 개두 없을껴.”
호이장놈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뭔 잡스러운 얘기덜을 신나게 허문서 오는겨? 얼어 죽어두 시원치 않을 날씨에.”
사우나탕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회원놈이 씁새와 호이장을 보며 말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 논하고 있었어.”
씁새가 얼른 사우나탕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대답했다.
“근디… 네놈은 도라꾸허고 부딪혀두 살겄다?”
씁새가 회원놈의 옷차림을 보며 말했다. 도대체 몇 겹을 껴입은 것인지 회원놈은 당장이라도 건드리면 뻥 터져서 날아갈 듯 엄청나게 껴입고 나타난 것이다.
“집이서 여기까지가 월매나 멀다고 그 지랄루 껴입은겨? 넘어지문 코 닿을 거리구만. 집에 있는 겨울옷은 다 껴입고 나온겨?”
씁새가 핀잔을 주었다.
“지랄 말어. 그저 나이가 들문 온 삭신이루 바람이 들어오는 벱이여. 그러고 그제부텀 코가 쌔헌 것이 감기가 들 조짐이드라구. 니놈덜이 목간통 가자고 난리만 안 쳤어두 지금쯤 아랫목에서 뜨끈허니 전기장판 틀고 몸 지지고 있었을 것이다.”
회원놈이 카운터에서 가운을 받아들며 말했다.
“아조 부루조아 새끼여. 이 추위에도 대한민국의 건설역군들과 국군장병들과 119 소방대원들과 경찰덜은 사회의 안녕과 질서와 평화를 위해 불철주야 저 칼바람 도는 강추위에도 아랑곳 허덜 않고….”
“지랄도 일절만 허문 네놈도 꽤 쓸모 있는 놈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호이장놈이 씁새에게 가운을 집어던지며 말을 막았다.
“추워 뒤지겄다. 어여 씻고 나가서 뜨끈헌 물메기탕에 쏘주나 한 잔 허자.”
씁새가 두 놈에게 재촉했다.
“기다려, 드런 놈들아. 으윽… 끙…!”
가쁜 숨을 뱉어내며 회원놈이 말했다.
“아조 지랄이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여. 아조 다큐멘타리를 찍어라.”
씁새가 회원놈을 보며 말했다. 도대체 온 집안의 옷을 껴입은 듯 회원놈의 옷 벗기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두툼한 파카를 벗자 얇은 패딩이 나타났고 패딩을 벗자 가디건이 나타났고 가디건을 벗자 두툼한 티셔츠가 나타났으며, 그 아래에는 내복이 나타났다. 물론 털실 목도리는 빼고 말이다. 아랫도리도 순서가 거의 비슷했다. 두터운 기모 바지를 벗자 내복이 나타났고, 내복을 벗자 남자용 스타킹내복이 또 나타났다.
“이 씨불놈은 에스키모 애들보다 더 껴입은겨?”
씁새가 놀라 물었다.
“이 지랄로 추위를 타문서 겨울 바다낚시는 우치키 가는겨? 접때 열기낚시 갈 때두 그 지랄루 껴입고 갔었던겨?”
호이장놈이 물었다.
“아니. 그때는 낚시복 있잖여. 일제 낚시복. 그거 엄청이 따듯혀.”
끙끙거리며 옷을 벗고 있는 회원놈이 대답했다.
“매국노 자식! 나까무라로 창씨개명을 혀두 시원찮을 놈! 부루조아 새끼.”
씁새가 바닥에 널려있는 회원놈의 옷을 발로 툭툭 걷어차며 말했다.
“지랄허덜 말어! 내 기필코 저 씁새놈을 서해안 바닷물에 빠쳐 쥑이고 말껴. 개눔의 자식.”
마지막 등산양말을 벗어 던지며 회원놈이 소리쳤다.
“니들 그거 들었냐? 목동 쌥쌥이가 침선낚시 가서 85센티 우럭을 잡았다든디?”
회원놈이 욕탕의 물을 참방거리며 물었다.
“어흐 좋다… 목동 쌥샙이가 85센티 우럭을 잡었다구? 그 말을 믿어? 작년에는 105센티 농어를 잡았다구 뻥 치던 놈 아녀?”
씁새가 욕탕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천하에 낚시꾼 말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허잖여. 대충 50센티 개우럭 잡고서 그라는 것이겠지.”
호이장놈이 욕탕으로 들어오며 대답했다.
“증말루 그놈이 85센티 우럭을 잡고, 105센티 농어를 잡았으문 낚시춘추서 대서특필을 했을 것이다.”
씁새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신탄진 딸딸이는 갈치낚시 가서 다섯 쿨러를 채웠다든디? 그것도 사지짜리로. 너무 많이 잽혀서 삼지, 이지는 죄다 버렸대는디?”
회원놈이 또다시 말했다.
“니놈은 아조 귀가 팔랑귀여. 뭔 갈치를 다섯 쿨러를 채워? 어부여? 한 오박육일은 낚시를 헌 거여? 들을 소리만 들어. 접때는 그놈이 경운기 끌고(속칭 딸딸이라고 부르는 경운기를 타고 집 가까운 대청댐으로 자주 낚시를 가는 바람에 별명이 딸딸이임. 이상한 상상은 금물임. 과수원을 하고 있어서 경운기를 자주 몰고 다님.) 대청댐에 낚시를 갔다가 붕어 벼락을 맞는 바람에 경운기 짐칸에 붕어를 아조 쟁여서 왔다고 개뻥을 치드만. 경운기 짐칸에 붕어가 넘쳐흘러서 길바닥에 붕어를 질질 흘리문서 집에 왔디야. 무신 개잡소리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보다 더한 놈이 있잖여? 오룡낚시회에 총무로 있는 쌈마이가 지난 여름에 탑정저수지로 낚시를 갔었대는겨. 근디 거기서 잉어를 115센티짜리를 잡았대는겨. 빌어 처먹을 뻥쟁이 자식. 그려서 그 잉어가 지놈이 타고 댕기는 마티즈에 들어가덜 않혀서 차 지붕에 올려놓고는 밧줄로 꽁꽁 묶어서 집이루 가져 왔대는겨. 말이 되냐고?”
호이장놈이 깔깔 거리며 말했다.
“그라니께 생각나는디, 둔산낚시점에 가끔 출몰하는 호식이란 놈 있잖여?”
이번에는 회원놈이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으며 말했다.
“알어. 호식이. 그 놈이 우덜 개차반낚시회에 입단시켜 달라고 생떼를 쓰는디 거시기가 단칼에 거절했잖여. 그게… 거시기혀서… 참이루 거시기헌디… 그러자니 거시기허네유? 이라니께 호식이가 벙 쪄서는, 좀 이상시런 낚시회 같아서 입단 안 헐래유, 그랬던.”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려, 그 호식이. 낚시 시작헌 지 3년도 채 안 되는 놈인디, 갸가 동천보에서 가물치를 잡았는디, 엄청이 크더라는겨. 그려서 잡아서는 배를 갈르니께 그 안에서 붕어 월척버텀 시작혀서 온갖 괴기덜이 다 나오드라는겨. 그려서 그 가물치 뱃속에서 나온 괴기루 살림망을 채웠디야.”
“썩을 놈의 자식. 낚시를 배우기 이전에 뻥부텀 배웠구먼.”
씁새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러는 네놈은 뭣이가 다른가?”
회원놈이 화살을 씁새에게 돌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지랄여?”
씁새가 회원놈에게 물을 끼얹으며 물었다.
“지난 여름에 갯바위낚시 가서는 넘이 잡아 놓고는 잊어버리고 간 바위틈의 감생이를 네놈 낚싯대에 끼우고는 잡았다고 생난리를 치던 거, 기억 안나는겨?”
“지랄! 그건 내가 잡은 거라니께. 이 잡놈덜은 우째 넘의 말을 못 믿어?”
씁새가 박박 우겨대기 시작했다.
“그라문 그 바위틈 물칸에 있던 감생이는 워디루 간겨? 딱 네놈이 잡았다고 바락바락 우기던 그 감생이허고 크기도 같드먼. 그러고 우째 잽힌 괴기가 힘이 없이 비실거리는겨?”
호이장놈이 가세해서 씁새를 몰아부쳤다.
“그건, 한참 힘이루 실갱이를 허다 보니께 감생이가 힘이 빠진 것이고, 바위틈 물칸의 감생이는 파도가 치니께 휩쓸려서 나가버린 것이여.”
씁새가 헛헛 헛기침을 하면서 욕탕을 빠져 나갔다.
“원제까정 몸땡이 삶고 있을껴? 인자 그만허고 나가서 뜨끈헌 안주에 쐬주나 한 잔 혀.”
탕 밖으로 나간 씁새가 샤워를 하며 말했다.
“저놈 뻥은 전 세계 낚시꾼들 중에 최고일 꺼여.”
회원놈이 욕탕을 나가며 말했다.
“아… 하핫… 아… 하.”
목욕이 끝나고 옷을 입으며 또다시 회원놈이 신음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조 즐거운 개지랄이여. 옷 처입다가 날밤 새겄다. 썩을 종자.”
씁새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야… 양말….”
옷을 다 입고 한없이 무거운 몸으로 회원놈이 양말을 신으려 애쓰고 있었다.
“지랄… 양말부터 처신고 옷을 입었어야지, 옷 죄다 껴입고 양말을 신을라니 손이 닿는가?”
호이장놈이 회원놈이 양말 신는 것을 도와주며 말했다.
“참이루 아름답다. 양반놈 양말 신켜주는 머슴의 모습이여. 조선시대 지주놈의 모습을 여기서 보는구먼. 영락없는 부루조아 자식.”
씁새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끙차! 어… 허… 어…”
회원놈이 양말까지 다 신고는 이미 옷을 다 입고 늘어지듯 앉아서 자신을 보고 있는 씁새와 호이장을 쳐다보았다.
“또 뭐?”
“뭣이가 덜 된겨?”
“옷이 끼이는가? 그리 처입었으니 옷이 끼지!”
하지만 회원놈의 눈에는 낭패스러운 감정과 황당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패… 팬티…”
회원놈의 옷장에는 빨간색 앙증맞은 팬티 한 장이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인생은 참이루 고달픈 거여. 안 그러냐 회원놈아?”
씁새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옘…병….”
회원놈이 여태껏 껴입었던 옷들을 힘겹게 벗으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