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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연재 낚시콩트 씁새 (271)-그래, 그 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어
낚시 꽁트 씁새

연재 낚시콩트 씁새 (271)

 


그래, 그 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어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그려서? 인자는 개차반낚시회가 글로발하게 놀자 이거여?”
호이장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언놈은 무수(무우) 먹고, 언놈은 인삼 처먹나? 우덜두 좀 국제적이루 놀자 이거여! 우물 안의 개구락지 마냥 뒤질 때까정 좁은 땅덩어리서 놀거여?”
씁새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지랄두 세월을 봐가문서 혀야지. 우치키 된 놈덜이 세월을 정통이루 처맞으문서 생각허는 짓거리는 노바닥 기저귀 갓 떼놓은 애새끼처럼 지랄들이여. 베트남 낚시라는 것이 가당키나 헌 거여?”
회원놈도 호이장의 의견에 동조하며 소리쳤다.
“그니께, 우리 개차반낚시회가 국내에서 허던 상짓거리를 외국에 나가서두 허자는 얘기 아녀? 국제적이루 망신 당하자는 얘기다 이거 아녀?”
총무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새끼덜은 생각허는 가락이 생쥐 오줌 만큼두 아녀. 그따구루 생각이 좁으니께 꼰대소리 듣고, 아재개그나 휘날리는겨!”
씁새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아서라, 박항서 감독이 올려놓은 국제적 위상을 개차반낚시회가 망가트릴 일이 있는겨?”
호이장놈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우치키 사고를 칠 것이라고 예단을 하는겨? 돗자리 깔아주랴?”
“집구석서 새던 바가지가 밖이루 나가면 괘안허간디?”
“노바닥 국내산 감생이만 도륙 내덜 말고, 베트남! 그것도 다낭의 감생이를 때려 잡자는디, 뭔 놈의 사족을 그리 달고 지랄들이여?”
성질이 나버린 씁새가 다시 소리쳤다.
“네놈 말대로 해외여행 겸 베트남, 그것도 뭣여? 다… 다낭? 그려 다낭으로 여행을 가서 낚시허자 이거 아녀? 근디, 솔직허니 인간적이루 생각혀 봐. 국내에서두 사고나 치고 원성이나 자자허게 듣는 놈덜이 베트남에 가서는 고이 낚시질을 허겄어? 안 봐두 비디오여! 그냥 국내의 갯바위나 바다 위에서 고요히 낚시질이나 혀. 정이루 베트남 가고 싶으문 그냥 여행이루 다녀오자고! 어줍잖은 낚싯대 둘러메고 똥폼 잡덜 말고.”
회원놈이 피식 피식 웃어가며 이죽거렸다.
“이 글로벌한 촌놈들! 평생 물 건너라고는 제주도나 겨우 다녀온 놈덜이 우치키 한 번 외국으로 나가보자니께, 그것두 외국여행 허문서 낚시도 좀 허자는디, 뭔 걱정들이 그리 많은겨? 니놈덜… 외국여행 하자니께 겁나서 그러는겨? 지지리 촌놈들….”
씁새가 혀를 끌끌 찼다.

 

 

“뭔 얘기들을 허는디 육두문자를 휘날리고 지랄들이여?”
선장실에서 얼굴을 내밀며 김 선장이 물었다.
“김 선장아! 내 얘기는 인자 겨울이고 낚시허기도 힘들어지고 허니께 이참에 따땃한 나라루 여행을 가자 이거여. 인자 해외여행이지. 요새 해외여행이 베트남이 대세라는겨. 그니께 인자, 베트남이루 해외여행을 가문서 낚싯대도 싣고 가서는 그짝 나라 감생이를 도륙허자 이거여. 여행두 험서, 괴기도 잡고, 우뗘?”
씁새가 달리는 배에서 균형을 잡으며 김 선장에게 열변을 토했다.
“오… 그려. 그거 좋은디?”
김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김 선장아! 얘기는 그게 맞는디, 실상은 그게 아녀. 이 씁새 얘기는 해외여행이 아니라, 해외낚시여. 낚싯대 둘러메고 따땃한 베트남이루 가서 괴기 잡자는겨.”
회원놈이 말했다.
“그거이 우쩌서? 해외루다 낚시 원정도 많이 댕기드만.”
김 선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에헤이… 김 선장아. 이 빌어먹을 개차반낚시회 명성을 알문서 그라는겨? 낚시만 가문 오만 분탕질은 다 치는디, 그 짓거리를 외국에서도 하자는겨? 외국에서도 개차반낚시회의 명성을 드높이자 이거여?”
호이장놈이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 그려. 그건 맞는 말이네.”
“이게 무신… 이놈 말도 맞고, 저놈 말도 맞고. 선장이란 놈이 줏대가 없어! 그라니께 뽀인뜨도 못 잡고 손님덜이 괴기도 못 잡아서 욕을 처먹는겨, 알겄어? 선장이란 놈이 주관도 없어요, 염병할!”
씁새가 김 선장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내헌테 지랄여? 뱃전에서 시끄럽게 지랄허덜 말고 어여 선실루 들어가! 십이동파도까정 갈라면 속도 내야 혀. 물 튀긴다고 지랄 떨지 말고. 어여 선실로 들어가서 자빠져 자.”
김 선장이 말을 마치고 배의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배가 힘차게 파도를 치고 나갔고 물보라가 뱃전을 타고 올라오자 씁새 일행들도 부리나케 선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십이동파도 까지 가려면 두 시간 남짓 달려가야 했으므로 선실로 들어간 낚시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선잠을 자기 시작했다. 어느덧 씁새도 그들 사이에 끼어 꼬박 꼬박 잠이 들기 시작했다.

 

“낚시 할 거야?”
갑자기 가슴부위가 갑갑해지더니 씁새의 귀에 대고 누군가 속삭였다. 이상하게 떠지지 않는 눈을 힘들게 반쯤 떴을 때, 웬 여자 하나가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은 시커멓고 흐릿했지만, 산발을 한 머리칼과 섬뜩하고 가녀린 목소리로 보아 여자가 분명했다.
‘뭐지? 이 배에 여성조사가 타고 있었던가?’
씁새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더욱 이상한 것은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는 것이었다. 일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할 거냐고?”
여자가 다시 물었다.
그때였다.
“이 개떡 같은 놈은 안적도 퍼져 자고 있는겨? 이 지랄을 허문서 해외루다 낚시를 가자고?”
선실로 들어 온 총무놈이 누워있는 씁새를 보더니 한마디 던지고는 다시 선실 밖으로 나갔다.
‘아! 가위에 눌렸다!’
씁새의 머릿속으로 가위에 눌린 자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베트남 간다며? 낚시 할 거야?”
배위에 올라탄 여자가 다시 물었다.
‘비켜. 저리 가.’
씁새가 힘을 내어 소리쳤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입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배 위의 여자는 점점 무게의 압박을 가해 오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놈은 뭔 짓이여? 다들 괴기 잡는다고 난린디, 이놈은 자빠져 자기만 하는겨? 낚시질 안할껴?”
선실 밖에서 호이장놈이 씁새를 향해 소리쳤다.
‘이 때려 쥑일 놈아! 나 좀 깨워 줘! 나를 흔들어 달라고!’
“냅둬. 어젯밤에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겄는디, 아주 잠에 빠졌어. 덕분에 조용하니 좋구만.”
총무놈이 호이장에게 말했다.
‘이 단체로 처죽일놈들아! 나 죽을 것 같다고. 제발 나 좀 깨워줘!’
하지만 총무놈과 호이장놈은 다시 낚시를 하기 위해 사라졌다.
“뭐, 오늘도 낚시 하기는 텄네? 베트남도 텄겠네? 아니, 영원히 이렇게 쓰러져서 낚시하기는 텄네? 오호호호호!”
배 위의 여자가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 제발 누구든 나 좀 흔들어 깨워줘!’
가위에서 풀리길 기다리며 씁새가 계속 소리치며 온 몸을 흔들어댔다. 그러나 여전히 몸은 굳을 대로 굳어있었고, 목소리는 입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이 씁새는 웬 잠을 이리 자는겨?”
이번에는 김 선장이 선실로 머리를 들이밀며 물었다.
“냅둬. 실컷 자고 나문 일어날껴.”
호이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눔의 자식! 개눔의 자식! 네놈 친구가 가위에 눌려서 죽어가고 있단 말이다!’
“오호호호! 아무도 안 도와주네? 자는 줄 아는 모양이네?”
여자가 시커먼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밖에서는 뜰채를 찾느라 시끄럽고, 선실 안으로도 낚시꾼들이 들락거렸지만, 누구하나 꼼짝 못하고 쓰러져 있는 씁새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씁새를 흔들어 주기만 하면 가위에서 풀리겠지만, 희한하게도 누구 하나 손끝이라도 건드리지 않았다.
“고기가 잘 잡히나 보네? 김 선장이 포인트를 잘 잡았나보네? 낚시 할 거야?”
또다시 여자가 물어왔다.
‘비켜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씁새가 울며 애원했다.
“울지 말고, 뚝! 낚시 할 거야?”
여자가 또 물어왔다.
‘제발 살려주세요.’
씁새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이 바보 같은 놈아! 낚시 할 거냐고 묻잖아!”
갑자기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
“네! 낚시 할 거여유!”
씁새가 같이 소리치면서 순식간에 가위가 풀렸고, 목소리가 터졌다.
“그라문 그만 자빠져 자고 어여 낚싯대 챙겨. 십이동파도 다 왔으니께”
옆에서 회원놈이 낚시가방에서 낚싯대를 꺼내며 말했다. 어느새 여자가 사라졌고, 선실에 누워 있다가 부스스 일어서는 낚시꾼들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호이장놈과 총무놈도 일어서는 중이었다.
“이 미친놈은 뭔 잠꼬대를 그렇게 허는겨? 낚시 할 거냐고 계속 묻는디, 뭘 살려달라고 지랄이여?”
회원놈이 씁새의 배위에 올려져있던 태클박스를 치우며 말했다.
“다 왔으니께 어여 준비들 혀!”
선장실에서 김 선장이 소리쳤다. 배는 속력을 줄였고, 아침 햇살이 선실 가득 들어왔다.
“안적도 해외로 낚시 갈 생각이여?”
호이장놈이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시끄러워, 이 개잡놈아! 나는 낚시나 할껴.”
씁새가 호이장을 발로 걷어차며 일어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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