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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264)-기묘한 이야기(상)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264)

 

 

기묘한 이야기(상)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글세… 요즘 같은 때 만만헌 저수지가 워디 있겄어? 얼굴 반반한 토종붕어 얼굴이라도 볼라문 산골짝에 숨은 소류지나 뒤져야 할 거여. 이름깨나 알려진 저수지덜은 죄다 배스 때미 붕어낚시 하기에는 만만허덜 않어.”
박 사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청라지는 워뗘유? 접때 진백이가 4짜 잡았다구 소문이 자자허드만유.”
호이장이 모자를 고쳐 쓰며 물었다.
“운이 좋았던 거여. 걔들이 여섯 명이 함께 갔는디, 그중에 진백이만 4짜 붕어 잡은겨. 붕어라고는 얼굴도 못보고. 죄다 배스들만 올라 오드랴. 진백이만 붕어 한 마리 잡고 죄다 꽝이여.”
박 사장이 커피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그라문 결국 바다루 나가야 허는겨유? 민물낚시는 끝난겨유?”
씁새가 물었다.
“민물낚시가 끝난 것이 아니구, 낚시 방법이 바뀐겨. 고요시럽게 낚싯대 펴놓고 세월 낚던 시대가 지나가고, 루어대 휘두르는 스포츠 낚시로 변해가는 것이지. 시상이 변허고, 방법이 변하는겨.”
박 사장이 씁새를 향해 대답했다.
“우쩌면 나는 이것이 낚시계의 세대 변화라고 생각혀. 진화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세대가 한가롭게 낚싯대 펼쳐놓고 세상 얘기허고, 하루쯤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덜의 낚시였다면, 요즘 낚시는 상당히 역동적이잖여? 다이나믹하고. 요즘은 시상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니께, 낚시도 그에 맞춰서 진화해 가는 것일껴. 요즘 젊은 친구덜 낚시허는 것을 보문 실제로 기막히게 활동적이여. 한 세대가 지나고 다른 세대가 등장허는 것이지.”
박 사장이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요즘은 지렁이나 떡밥이 안 팔려. 죄다 루어나 웜 같은 가짜 미끼덜이 팔리지. 낚싯대두 대낚싯대가 팔리덜 않어. 루어대들이 잘 나가지. 그것만 봐두 시상이 변하고, 낚시가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께.”
박 사장이 진열장 뒤로 돌아가며 말했다.
“결국 바다루 나가야겄는디….”
총무놈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러자니… 날씨가 안 맞춰 주잖여. 이번 주말 날씨가 심각하게 변덕스러워서 배가 뜰지 모르겄다고 장 선장이 바다낚시는 포기하라고 전화가 왔던디….”
회원놈이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며 말했다.
“자네덜 이번 주에 꼭 낚시를 갈라고 허는겨?”
박 사장이 씁새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라문 워쨰유? 낚시꾼덜이 물가에 앉아있어야지, 방구석에서 손바닥만 긁고 있을 순 없잖여유?”
“그려…?”
“워디 그럴듯한 소류지라두 알고 있어유?”


호이장놈이 득달같이 물었다.
“그려유. 공유해유. 쓸 만한 저수지 있으면 알려줘유. 우덜만 알고 있을라니께. 절대루 남덜헌티 알려주덜 않을 것이여유.”
총무놈이 박 사장 옆으로 바싹 다가가며 말했다.
“그게… 붕어는 따문따문 잘 나오는디… 월척은 없어. 그냥 월척 버금가는 놈들로 따문따문 나오는디….”
어쩐지 박 사장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어디고 갈만한 저수지가 없을 때면 툭툭 던지듯 쓸 만한 소류지들을 알려주던 박 사장이, 이 날만은 속 시원히 알려주질 않았다.
“그게… 뭐… 아녀. 없어. 알고 있는 저수지가 없어. 요즘 어디 숨은 저수지가 있간? 워낙이 낚시꾼덜이 죄다 파먹어서 숨은 저수지라고는 없어.”
박 사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헤이… 박 사장님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이여유? 박 사장님 얼굴만 봐두 척이여. 워디여유? 소류지여유? 아님 저수지여유? 아님 수로여유?”
씁새가 피실피실 웃으며 박 사장에게 다가갔다.
“글세… 그게, 그려….”
박 사장이 씁새의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뭐여유? 박 사장님만 혼자 빼먹겄다구 그러는겨유?”
“그건 아녀. 근디… 참이루 알려 주기가 뭣헌디….”
“깝시다. 혼자 끙끙거리시는 게 어디 보물단지 같은 저수지 하나 알고 계시는 것 같은디….”
씁새가 다그쳤다.
“뭐… 알려는 주겄는디… 그게… 참 그려. 좀 요상시러운 소류지여.”
박 사장이 차마 입에서 꺼내기 힘들다는 듯,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작년에 누가 그 소류지를 얘기허드라고. 근디, 그 얘기를 해 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생각이 안 나. 분명히 아주 친한 사람이 얘기했던 것 같은디… 어쩌면 누군가에게 홀려서 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혀.”
“왜유? 너무 멋진 저수지였어유?”
호이장놈이 물었다.
“그건 맞아. 상당히 예쁘고, 괜찮은 소류지였으니께. 괴기두 잘 나오고.”
“근디유?”
“자네덜이 정 가보고 싶다면, 알려는 주겄는디… 웬만혀선 안 가는 것이 나슬 거여.”
박 사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따, 사장님도 뭔 뜸을 그리 들인대유? 거기서 뭔 귀신이래두 봤대는겨유?”
총무놈이 재차 물었다.
“그런 건 아닌디… 좀 요상시러웠어.”
“뭣이가 요상시러웠는디유? 귀신이래두 나왔어유?”
씁새가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여 물었다.
“시상에 뭔 귀신이 있겄어. 귀신이니 뭣이니 허는 그런 게 아녀.”
박 사장이 계속 말을 흐렸다.
“그라문 뭐여유?”
“딱히 뭣이라고 얘기허기는 힘들어. 그냥 무언가 요상시러운디… 그게 이것이다 허고 말하기가 애매시럽다 그거여. 차라리 귀신이나 그런 얘기라면 얘기 못할 것이 워디 있겄어? 근디… 아무리 생각혀두 그냥 요상시러웠다는 느낌만 있는겨. 괴기두 잘 나오고, 요 앞에 안경점 이 사장하고, 건강원 김 사장하고 셋이서 갔는디, 나만 그런 게 아녀. 이 사장도 그러고 김 사장도 그런단 말여. 그냥 요상시러웠는디, 뭣이가 요상시러운지를 모르는겨.”
박 사장이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라문 그 담에는 또 안 가셨슈?”
“그게… 가기가 영 찝찝한겨. 왜 찝찝한지도 모르겠는디, 그냥 또 가기가 영 요상시럽게 찝찝혀. 거기에 뭔가를 두고 온 듯한 기분인디… 찾으러 가기가 영 두려운… 그런 기분이여.”
박 사장이 식은 커피를 마시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 사장이 얘기한 소류지는 설마 이런 곳에 소류지가 있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다. 아마도 박 사장이 요상스럽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계룡산 길목에서 공주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작은 마을을 끼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산길을 끼고 한참을 더 들어가야만 했다. 좁은 산길은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길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당연히 마을도 없었으며, 논밭도 없었다. 말라붙은 조그만 계곡과 잡풀과 나무들만 가득했다.
“박 사장이 거짓말한 거 아녀? 이 위에 소류지가 있을라면 그 물로 농사짓는 논이나 밭이라도 있어야 허는디.”
좁은 산길을 끙끙거리며 운전해 가던 호이장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여. 마을도 없고, 물 내려가는 계곡도 없고….”
총무놈도 창밖으로 그저 풀과 나무로 뒤덮인 도랑을 보며 말했다.
“박 사장이 허튼 말을 할 사람은 아녀. 어쨌든 소류지가 있을 만허덜 않은 곳에 있었다고 하잖여.”
씁새가 박 사장이 그려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성황당이다! 박 사장 말대로 잘 찾아오는 모냥이여.”
조수석에 앉은 회원놈이 오른쪽으로 작은 공터에 서있는 나무를 보며 말했다. 울긋불긋한 천들이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으스스헌디….”
총무놈이 중얼거렸다.
“개뿔은! 백주대낮에 뭣이가 으스스혀? 그러고 박 사장이 귀신이 나오고 그러는 곳은 아니래잖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려두 박 사장 말이 조금은 맘에 걸리는디… 요상시럽다고 허는디, 뭣이가 요상시러운지도 모르겠고, 얘기도 안 해주고… 딱히 알려주고 싶지는 않은 눈치였단 말여.”
“그건 내도 그려. 분명히 뭔가가 있기는 헌디, 딱히 우덜헌티 얘기하기도 이상한 느낌이었단 말여. 그것이 무엇인지 박 사장도 얘기를 못허는 것을 보면 뭔가 요상시러운 일을 당한 것은 맞는디 말여.”
호이장놈이 말했다.
“시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그저 맴이 허접시런 놈덜이 허깨비를 보고는 그런 얘기를 허는 것이지. 그저 붕어가 따문따문 잘 나온다니께 즐겁게 가보자고.”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박 사장이 얘기한 산 중턱의 공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짐을 싸들고는 한참을 수풀을 헤치며 겨우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야만 했다. 박 사장의 말이 거짓인지, 우리가 지도를 잘 못 본 것인지 아무리 산을 오르며 뒤져도 박 사장이 얘기한 소류지는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산 중간에 소류지가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느 미친놈이 쓸데없이 쓸모없는 산 중턱에 소류지를 파 놓겠는가 말이다.
“옘병! 박사장이 거짓말 친겨, 아님 우덜이 길치여?”
흐르는 땀을 닦으며 회원놈이 말했다.
“젠장할! 그만 허고 그냥 돌아가. 뭔 이런 곳에 저수지가 있다고 허는 놈이나, 그걸 믿고 찾아오는 놈이나… 그냥 내려가서 갑사에서 낚싯대나 드리우다가 가자고.”
씁새가 짐을 패대기치며 말했다.
“그러자. 낚시에 미쳤어도 그렇지, 이건 아니여. 차라리 등산을 허고 말지.”
총무놈도 풀숲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나두 더 이상 못 가겄다. 좀 쉬다가 내려가자.”
회원놈도 그들 옆으로 앉았다.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했고,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주위에 가득했다. 씩씩거리며 땀을 닦고는 짐을 챙겨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일어서려던 호이장놈이 갑자기 앞 쪽의 나무 사이로 무언가를 보고는 멈춰 섰다. 나무들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시퍼런 둠벙 하나가 나무들 사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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