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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263)-짧아서 못 쓴 이야기들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

 

 

짧아서 못 쓴 이야기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1. 울산 술빵 사건

“우째 얼굴들이 매운탕에 들어간 우럭 대가리 마냥 죽상들이여?”
모처럼 터미널 근처의 낚시점에 들른 씁새가 낚시점에 모여 있는 모 낚시클럽의 멤버들을 보며 물었다.
“옘병… 완전히 조졌어. 어제 울산 쪽이루 방파제낚시 갔다가 올라오문서 운전하던 장가놈이 음주운전이루 걸렸어.”
한 녀석이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뒤질라구 환장을 헌겨? 우째 술 처먹구서 운전을 헌겨? 괴기 잡으러 갔다가 염라대왕헌티 잽힐라구 환장을 헌겨?”
씁새가 놀라 물었다.
“그게 그렇게 된 것이 아녀! 완전히 조져버렸다니께!”
또 다른 놈이 화를 버럭 냈다.
“음주운전 했대미? 술 처먹구 운전허는 놈이 워딨어? 그러고 자네덜은 장가놈이 운전한다문서 술 먹는 것을 냅뒀다는겨?”
씁새가 하도 황당해서 물었다.
“말두 말어. 들어보문 황당혀서 말문이 막힌다. 이걸 당췌 뭐라구 허야 할지 모르겄어.”
물건을 정리하던 낚시점 황 사장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거이 말여. 예미… 낚시 끝내구 돌아오다가 출출혀서 울산 시장 입구에서 빵을 산겨. 그걸 다 같이 냅다 뜯어먹음서 올라왔는디, 대전 톨게이트 앞이서 음주단속을 허드라고. 그려서 장가놈이 걸렸어.”
또 다른 녀석이 한숨을 푹푹 쉬며 말했다.
“뭔 개소리여? 빵 뜯어 먹었는디 음주단속에 걸리는 벱이 워딨다는겨?”
씁새가 다시 물었다.
“술빵이었어.”
또 다른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니께 니들 개차반낚시회두 조심혀. 배 고프다구 괜히 술빵 처뜯어먹다가 좃되는 수가 있어.”
황 사장이 한심하단 눈으로 씁새를 쳐다보았다.
“장가놈이 술이라고는 못 처먹잖여? 그놈이 밀밭에두 못 가는 놈인디 술빵 처먹구 해롱거리드라니께, 옘병!”
“씨부럴, 술빵 처먹구 면허취소 나오는 놈은 살다 처음이여. 경찰덜두 황당허긴 헌디, 우짤 수 없다는겨 옘병….”

 

 

2. 시크한 마님

비 오는 토요일이라 낚시 가기도 틀렸고, 저녁이 되어 총무놈이 개차반낚시회 부부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는 총무놈의 낚시방에 조촐한 술상을 차려 주었고, 남편들은 모두 낚시방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며 총무놈의 낚시장비를 보며 이야기 중이었는데, 거실에서 깔깔거리는 마님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씁새마님 : 그저 모이면 낚시 갈 궁리들이나 허구 앉아있고, 전생에 물괴기덜허구 웬수를 지은 개벼.
총무마님 : 그러니께. 허구한날 뒷방 구석에서 낚싯대나 쪼물딱거리든가, 쉬는 날이면 괴기 잡는다구 집구석에 붙어 있덜 안 혀.
회원마님 : 그라문 뭐헐껴? 그저 철없는 큰 아들놈 하나 더 키운다구 생각혀.
씁새마님 : 그게 쉬워유? 낯짝 한 번 보기두 힘든디?
회원마님 : 그라니께 좀 모자라는 말도 못 알아먹는 큰 아들놈 하나 더 키운다구 생각허문 돼. 그래도 기특하게 모자라는 놈이 돈두 벌어 오잖여? 기특허지 않나?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있던 모자라면서 말도 못 알아먹는데도 기특하게 돈도 벌어오는 큰 아들놈 네놈이 방구석을 굴러다녔다.

총무마님 : 시상에 물가가 너무 올랐어. 돈 만원 들구 마트에 가문 뭐 살게 없드라니께.
씁새마님 : 시상두 각박해져서 점점 살기가 어려워져.
총무마님 : 그렇지? 요새는 뉴스 보기두 무서워. 물가는 오르지, 뭔 놈의 사건은 그리 많이 터지는지.
회원마님 : 그렇게 살기가 퍽퍽허구 힘들 때면 남편 얼굴을 쳐다보문 돼.
총무마님 : 그건 또 뭔 소리래유?
회원마님 : 내가 저 모자라고 말도 못 알아먹는 큰 아들놈과도 사는데, 세상에 못할 일이 뭐 있나 그렇게 생각혀. 그래두 기특허게 돈은 벌어 오잖여?

또 다시 모자라고 말귀도 못 알아먹는 큰 아들놈들이 방구석을 굴러다녔다.

총무마님 : 접때 언니가(회원마님) 밤중에 나오라고 혔잔어유? 뭔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그런다구 우덜 붙잡고 술 드셨잖어유?
씁새마님 : 그려. 뭔 일인지 물어봐두 대답두 없이 화만 내구… 뭔 일이래유?
회원마님 : 어, 그날이 동창 모임이었어.
씁새마님 : 그려유? 그라문 동창년 중에 어떤 년이 돈지랄이라두 혔어유?
총무마님 : 워떤 년이 자가용 타구 와서는 명품빽 자랑혔나부지.
회원마님 : 그런 거 아녀.
씁새마님 : 그라문 뭐여유? 별 일두 없는디 씩씩거리문서 맥주만 드시대?
회원마님 : 그게, 집에 오다가 버스에서 우리 모자라고 말귀 못 알아먹는 큰 아들놈헌티 문 자를 혔어. 배라먹을 년들이 꼴값 떠는 거 보니께 속이 뒤집어져서 집에 맥주라도 있으문 마실라고 “집에 뭐 있어?” 그랬더니… 모자란 큰 아들놈이 답장을 헌겨.
씁새마님 : 뭐랬는디유?

회원마님 : “건장하고 원빈 뺨 때리게 잘생긴 남자.”
총무마님 : ……
회원마님 : 그대루 집이루 들어갔다가는 진짜루 뺨따귀 때릴 거 같아서.

이번에는 낚시방 구석의 남자들과 거실의 여자들이 한꺼번에 굴러다녔다.

 

 

3. 건배

낚시가게에서 주최한 낚시대회가 끝나고 주최 측에서 대여해 놓은 술집으로 참가자들이 다들 모여서 뒤풀이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대회에서 1등한 낚시회 회원들끼리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입상하지 못한 팀들은 다른 자리로 앉게 되었다. 1등한 회원들은 한껏 흥이 올라있는 중이었다.

A회원 : 다들 수고들 혔어. 이렇게 혼신을 다해 우덜이 1등 허니께 을매나 좋아?
B회원 : 이게 다 우덜 회장님이 잘 이끄신 덕분이지유.
C회원 : 그려, 그려. 무조건 단합이 최고여. 서루들 정보 교환험서 기법 공유험서 증말루 열심히 혔다니께.
D회원 : 그라지유, 그라지유. 이대루 가문 우덜 낚시회가 대전을 제패허구 전국을 제패허 겄구먼유. 하하하.
일동 : 하하하하하~
A회원 : 그런 의미서 건배 함 해야지유?
일동 : 그라지유, 그라지유.
B회원 : 근디, 회장님이 안 보이시는디? 워디 가신겨?
C회원 : 회장님이 건배사를 허셔야 허는디?

그러자 다른 회원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스피커폰으로 해놓고는 소리쳤다.

B회원 : 워디여? 회장님이 건배사를 허야 될 거인디?
(회장) : 자네덜이 먼저 혀. 지금 바빠.
B회원 :그라문 건배사라두 전화루다 혀봐.

낚시회원들이 저마다 눈을 초롱초롱 뜨고 손에 술잔을 들고 회장님의 건배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그 낚시회의 회장이 있던 곳이 근처 화장실이었다. 마침 그때 항문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자꾸 건배사를 하라고 하니까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회장) : 나 똥 눈다고!
일동 : (7명 다 같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나 똥 눈다고!!!!

4. 사랑스러운 내 딸

딸 가진 아빠들이 다 그렇지만, 회원놈은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예 내 딸 넘보는 사내새끼들은 능지처참을 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어느 날 회원놈의 마님이 서재 겸 낚시방이 더럽다고, 치우지도 않는다며 역정을 냈다. 전날 주꾸미 낚시 다녀온 상태 그대로 아이스박스와 도구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고, 옷가지들도 방치되어 있었다.

회원마님 : 방이 저게 뭐여유? 돼지 울간두 저거보다는 나을껴!

그러자 아주 기특하게 회원놈의 딸이 나서며 말했다.
회원 딸 : 그만해. 아빠가 알아서 치울 건데 뭐 그렇게 역정을 내. 별로 어지럽히지도 않았 구만. 저 정도면 깨끗한 거야.

그때부터 회원놈은 우리를 만나기만 하면 딸이 자신을 두둔해 줬다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칭찬을 해댔다. 그리고는 며칠 후, 회원놈의 얼굴이 슬퍼 보이기 시작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딸의 얘기도 하질 않았다.

“뭐여? 딸내미가 워디 놈팽이라도 만난겨? 능지처참할 놈이 생긴겨?”

씁새가 회원놈을 보며 물었다.

“아녀… 그냥 그려….”

회원놈은 여전히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그라문 뭐여? 마님허구 싸운겨? 기특하게 돈두 벌어다 주는 큰 아들놈이 뭐 잘못헌겨?”

호이장놈이 물었다. 그러자 회원놈이 망설이다가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그게… 접때 딸내미가 술을 마시구서는 늦게 들어 왔드라고.”
“그라문 남자애들과 술 마시다가 늦어서 그러는겨?”
“아녀… 그게… 그날따라 마님이 날씨가 궂으니께 딸 방에다가 빨래를 널어 놨그던… 근디 얘가 술 먹구 늦게 들어온겨. 그려서 마님이 막 혼내문서 네 방에 빨래 죄다 널어 놨으니께 아빠 낚시방에서 자라구 혔거든.”
“근디?”
“근디 이놈이 엄마헌티 버럭 소리 지르며 화 내는겨.”
“뭐랬는디?”
“저 더러운 방에서 어떻게 자냐고….”

(씁새, 호이장, 총무놈, 회원놈 다같이)
“썩을 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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