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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260)-친절한 금자씨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260)

 

 

친절한 금자씨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계절이 바야흐로 차디찬 겨울이 되니께 워디 낚시 가기두 버겁구 그라지유? 저짝 남해 쪽이루는 가볼만허기는 헌디… 그닥 호황시럽덜 안혀유. 그라다 보니께 손바닥만 벅벅 긁다가 생각난 얘기가 있걸래 들려드리려 허누만유.
에또, 우덜 동네에 참이루 재미난 여성 조사님이 계시지유. 이 여성 조사님 이름이 금자씨여유. 워낙이 사근사근허니 사람덜헌티 친절허구 동네 궂은 일은 죄다 참견허구 다녀서 친절한 금자씨라구 부르지유. 동네서 휴대폰 대리점을 허는디, 남편 따라서 낚시두 댕기구 그려유. 낚시 실력은 그닥… 썩 좋덜은 안혀유. 근디… 이 금자씨가 낚시만 가면 자잘시러운 사건, 사고가 씁새만큼 자주 터지지유.
그려서 별명이 여자 씁새여유. 금자씨헌티 안 당해본 낚시꾼이 없시유. 금자씨 딴에는 잘 헌다고 하는 일인디, 이게 기가 맥히게 포복절도헐 사고로 이어진대니께유. 뭐, 쓸 얘기 없으니께 동네 사람덜 팔아서 글 쓴다고 뭐라 허신대두 헐 말은 없지만유… 우쨌든 재미지니께 들어보셔유. 재미지니께.

 

1. 쟁반 노래방
때는 지난여름, 야미도루다 농어낚시 갔을 때구먼유. 금자씨두 남편 따라서 우덜허구 괴기를 잡으러 갔지유. 그날따라 물때도 좋았는디, 괴기가 나오덜 않는겨유. 흔해 빠진 장대조차 안 나오구유, 증말루 완벽허니 꽝 치구 있었지유. 그렇게 배에 탄 손님덜 거의가 괴기 얼굴두 귀경을 못헌 채, 점심시간이 되었구먼유. 괴기두 못 잡으니께 점심 도시락이 뭣이가 맛이 있겄시유? 그저 젓가락질이나 깔짝거리며 뱃전에서 앉아 있는 중이었지유.
“장 선장님, 이게 우치키 된 심판이래유? 괴기덜이 죄다 휴가 갔슈?”
“장 선장님이 감이 떨어지신겨, 아니문 뽀인뜨 선정이 잘못 된겨?”
손님덜이 저마다 슬슬 불만시러운 표정이루 한마디씩 허구 있었지유. 장 선장두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루 머리만 벅벅 긁고 있는 중이었시유.
“사무장님, 뒤쪽이루 나눠 드려유, 앞쪽이루는 내가 나눠 드릴라니께.”
우리의 친절한 금자씨가 점심 후식이루 커피를 나눠주고 있는 사무장님을 도와 드린다구 나선거지유. 우덜은 선장님허구 뱃머리 쪽이루 앉아 있었는디, 금자씨가 사무장을 대신해서 쟁반에 커피잔을 올려서는 우리 쪽이루 오고 있었슈. 우째 좁은 갑판이루 쟁반을 들고 오는디, 위태시럽드라구유. 흔들리는 좁은 갑판에서 뜨거운 커피잔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 다년간의 경험이 없이는 되덜 않는겨유.
그러다가 사단이 벌어졌지유. 큰 파도가 한 방 들어오문서 배가 흔들리드만, 금자씨가 균형을 잃은겨유. 금자씨 생각에는 우치키든 균형을 잡을라구 혔겄지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문서 자세를 잡을라고 허는디, 마음은 앞서고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이 되어버렸지유. 결국 쟁반을 든 손이루 자세를 잡을라구 혔는개벼유. 쟁반을 높이 쳐들문서 자세를 곧추세웠는디, 다시 파도가 때린겨유.그 바람에 두 손이루 들고 있던 쟁반이 높이 솟았다가 넘어지문서 죄인처럼 뱃전에 앉아 머리만 벅벅 긁던 장 선장 머리통을 냅다 후려 갈긴겨유!
“땡!”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문서 커피와 종이컵이 난분분 날아 올랐지유.
“워미, 이게 뭔 난리여? 그냥 고요히 앉아 있덜 못허구 뭔 사단이라구 사무장님헌티 냅두덜 않고 나서서 이 모냥이여?“
금자씨 남편은 미안해서 우쩔 줄 모르는디, 우덜은 너무 웃겨서 뱃전을 구를 지경이었어유. 그란디, 우리의 금자씨는 정작 해맑은 표정이루 이리 얘기허드만유.
“쟁반노래방~ 첫 번째 뽀인뜨 실패! 다른 뽀인트로 옮겨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허겄습니다.”

 

 

2. 친절한 금자씨
여허튼 쟁반이루 날벼락 맞은 선장님이 뒤늦게 두 번째 도전을 위해 다른 뽀인트로 배를 이동시키기 시작했지유. 해맑고 즐거운 금자씨와는 달리 금자씨의 남편은 여전히 선장님헌티 미안하니께 금자씨헌티 계속 핀잔만 주고 있었지유. 남편의 핀잔이 계속되자 제 아무리 친절한 금자씨라도 부애(화)가 났겄지유. 뱃전에 앉아 있던 금자씨가 느닷없이 휴대폰을 꺼내드만, 남편을 슬쩍 보고는 전화를 허는겨유.
“연주냐? 그려. 아니… 지금 낚시 왔지. 그려. 근디 니네 시누이덜 허구 대판이루 싸웠대매? 그라문 되겄어? 아녀! 너는 그 성격을 고쳐야 혀! (남편을 다시 스윽 쳐다보고는) 나처럼 마음을 넓게 갖고, 즐겁게, 명랑하게 살아야 혀. (남편을 째려보며) 나 좀 봐봐. 시누이년들이 뭐라고 지랄을 허든 다 이해허구 용서허문서 살잖아. 그 년들이 아무리 개지랄혀두 고요히 사는겨. (남편을 다시 노려보며) 아오! 그 시발! 시누이 빌어먹을 년들!”
남편을 죽일 듯 노려보며 전화를 끊는디, 이즈음에서 우덜은 모두 뱃가죽을 잡고 뱃전에 쓰러져 있었지유.

 

3. 만능 콘테이너
금자씨의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금자씨 남편의 입이 굳게 다물어지드만유. 멋쩍은 큰 기침만 해대문서유. 그러고는 옮긴 뽀인뜨에서두 재미를 못 보구 다시 이동을 허는 중이었어유. 금자씨 휴대폰이 울린겨유.
“어! 혜자냐? 그려. 니 손주가 4개월 일찍 나왔다매? 뭐 볼 게 있다구 그렇게 일찍 세상에 나왔대? 그려서? 그람 지금 콘테이너에 있는겨? 그려? 그라문 몇 개월 더 콘테이너에 있겄네? 세상에… 힘들겄다. 콘테이너에 있을라문 돈두 어마어마하게 든다든디… 걱정이겄네. 그려. 이따가 저녁에 보자. 끊어!”
이때는 몰랐지유. 낚시 끝나구서 집에 와서는 방바닥을 뒹굴문서 웃었지유.

 

4. 응징
세 번째 옮긴 뽀인트서두 별반 나을 것이 없드만유. 그저 장대 같은 잡고기덜이 좀 나온다는 것뿐, 여전히 농어는 귀경두 못허고 애꿎은 생새우만 거덜 나는 중이었지유. 당췌 괴기가 안 나오니께 선장님두 선장실에서 나와서는 손수 낚싯대를 잡고는 같이 낚시를 허는 중이었어유.
“여기가 그려두 곧잘 나오는 곳인디, 뭔 조화인겨?”
선장님두 하두 괴기가 안 나오니께 조바심이 났겄지유. 근디, 하필 선장님이 우리의 친절한 금자씨의 오른쪽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던 거여유. 그라니께 금자씨가 선장실 바로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지유. 금자씨 남편과 우덜은 뱃머리 쪽이루 낚시를 하고 있었구유.
“오케이! 있구만, 괴기가 있다니께!”
선장님이 드디어 한 마리를 걸었던 거지유. 정작 손님덜은 잡덜 못허는디, 선장님이 걸은겨유. 호이장놈이 뜰채를 들고 뛰어가서는 70cm 정도 되는 농어를 떠내고는 낚시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어유.
“이봐유. 농어가 있대니께유. 괴기덜은 있는디 낚시꾼덜이 못 잡는겨유. 채비 한 번씩 갈구, 미끼두 새루 해봐유.”
신이 난 선장님이 열심히 떠들문서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드만유. 그때 우리의 친절한 금자씨가 오른손에 낀 낚시용 장갑이 거북스러웠는지 벗느라구 낑낑거리고 있드라구유.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생새우 꺼내고 바늘에 다느라 푹 젖어버린 장갑을 벗어볼라구 허는디, 흠뻑 젖은 장갑이 워디 그리 쉽게 벗겨지남유? 얼굴이 벌개지도록 장갑을 벗겨내느라 용을 쓰는디, 선장님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슈.
“괴기를 못 잡으문 노바닥 선장 탓만 허는디, 자신의 낚시 실력두 생각해 봐야 허는…”
“짝!”
뱃전을 울리는 맑고 경쾌한 소리! 우리의 금자씨가 힘차게 장갑을 벗어내문서, 시원허니 벗겨진 오른손의 탄력으로 선장님의 낯짝을 후려 갈긴겨유!
“흐미! 이건 또 뭔 사단이여?”
느닷없이 후려 맞은 선장님은 뱃전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부여잡고 있었고, 우덜은 그대로 주저앉아 허리를 꺾으며 웃고 있었고, 또 사고 친 금자씨를 본 남편은 발만 동동 구르며 금자씨헌티 핀잔을 주기 시작했지유.
“이눔의 여편네가 왜 또 이려? 우째 계속 사고만 치는겨?”

 


허지만 우쩌겄어유? 이건 실수지, 고의로 선장님 낯짝을 후려 갈긴 게 아니잖어유? 안 빠지는 장갑 벗겨내다가 벌어진 사곤디, 선장님두 뭐라 헐 수가 없는 노릇이잖어유?
“괜찬어유. 우치키 허다보문 이런 일두 있구 그런 거지유.”
뻘개진 볼따구를 문지르며 선장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선장실로 들어가대유?
“워미… 이게 뭔 사단이래유? 선장님 심히 미안허구먼유. 당신두 어여 선장님헌티 사과혀! 우치키 외간 남정네 낯짝을 후려 갈기는겨?”
금자씨 남편은 선장님 옆에서 사과하느라 어쩔 줄 모르고 있었지유.
“아녀유. 괜찬어유. 어여 낚시 허셔유. 괴기 있으니께.”
선장은 연신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허는디… 지는 봤시유. 선장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우쩐대유? 장갑이 안 벗겨져서 마구잽이루 벗겨내다보니께… 증말루 죄송혀유. 용서허셔유.”
금자씨도 선장실로 다가가 연신 사과허고 있었지유. 그때 지는 봤시유. 금자씨가 우리들 쪽이루 돌아설 때에 얼굴 가득히 피어있던 통쾌한 미소를… 그날 이후로, 야미도 장 선장은 우덜이 낚시 예약을 헐 때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이렇게 묻고는 허지유.
“금자씨두 와유?”
뭐, 항간의 소문에는 야미도를 위시해서 서해안 지역으로 금자씨 주의보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구유. 부득이 금자씨를 태워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절대 선장실에서 나오지 말고, 장갑을 벗으려고 하는 낌새만 보이면 반경 10m 이내로는 들어가지 말아라 허는 불문율이 생겼다대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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