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씁 새 (258)
거친 녀석들
“동천보?”
호이장놈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그려, 동천보!”
씁새가 뭐 그리 놀라느냐는 표정으로 호이장놈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네 놈이 말하는 동천보라 함은 유구천의 동천보이며, 동시에 몇 년 전에 폭우로 떠내려 온 마네킹을 변사체라고 신고해서 난리 깨방정을 떨었던 그 동천보를 말하는 것인가?”
총무놈도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랄… 동천보… 지랄!”
회원놈이 심드렁한 눈으로 씁새를 쏘아 보았다.
“그지유? 그 거시기는 아무래도 좀 거시기 허지유?”
거시기놈마저도 씁새의 말에 토를 달고 나섰다.
“그라문 우쩌자고? 서해 쪽이루 풍랑주의보 떨어졌다는디, 바다낚시는 텄고, 이 주말에 방구석에서 손바닥이나 벅벅 긁고 앉아있자 이거여? 워디라도 뛰어야 낚시꾼이여!”
씁새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그려두… 동천보는….”
회원놈이 헛기침을 킁킁거리며 말했다.
“그라문 워디든 말을 혀봐. 동천보 아니라도 워디 마땅한 곳을 얘기혀봐. 대한민국의 모든 저수지와 낚시터가 배스와 불루길로 초토화되고, 괴기는 잽히덜두 않는디… 거기다가 이번 여름 가뭄이루 죄다 말라서 워디 갈 만한 곳두 없을껴. 그나마 물 귀경허고, 붕어새끼 귀경헐라문 동천보밖에 없다니께.”
씁새가 회원놈의 등짝을 후려갈기며 말했다.
“씁새 말도 일리가 있기는 헌디… 동천보… 그 짝이루두 요번 여름에 가뭄이 엄칭이 심혀서 낚시헐만한 자리나 있을라나 몰러.”
씁새의 말에 호이장놈이 긍정하듯 말했다.
“동천보가 싫으문 워디 추천혀봐. 그리로 갈라니께.”
씁새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차피 거시기 허네유. 그람 거시기 혀유.”
거시기가 체념한 듯 말했다.
“우째… 생각보담 더 심각시러운디?”
호이장놈이 수량이 반 이상 줄어있는 동천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전에 낚시허든 자리가 여긴디, 인자는 저 아래쪽이루 한참 내려가야 낚시헐 자리구먼… 가뭄 심각헌디….”
여름 가뭄을 고스란히 탄 동천보는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그 넓은 보가 작은 수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위와 아래쪽으로 자리를 찾다가 겨우 그나마 넓은 곳으로 이동하여 마름과 물풀이 삭아든 장소를 찾아 낚시를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드문드문 손바닥만 한 붕어들이 올라와 주어 낚시하는 맛은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일행들이 낚시에 빠져들 무렵이었다.
“좀 잽혀유?”
위쪽의 둑방길에서 누군가 물었다. 둑 위에 세 명의 낚시꾼들이 서서 씁새패들을 향해 묻고 있었다.
“맘에 들던 않는디, 그냥 저냥 나오는 구먼유. 걍 재미루 허는 거지유.”
씁새가 냉큼 대답했다.
“워디 가두 죄다 그 모냥이구먼유. 우덜두 이짝 워디든 자리 잡고 허야겄네유.”
세 명의 낚시꾼들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던지곤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난 것은 씁새들이 낚시하는 곳 정면의 건너편이었다.
“월레? 찾다 찾다 저 짝까지 간 모냥이네?”
총무놈이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여? 저 놈들… 릴 던지는겨?”
회원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정말로 건너편 낚시꾼들이 꺼내서 펼치는 것은 릴이었다.
“저거 제대로 던지면 우덜 대갈빡 터지는디?”
씁새도 일어서며 말했다.
가뜩이나 가뭄으로 좁아진 동천보에서 그중에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웬만한 수로의 넓이밖에 되질 않는 판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첨벙!”
건너편의 낚시꾼이 던진 릴이 하필이면 씁새의 4칸 낚싯대의 주위에 떨어졌다.
“예미랄! 이봐유!”
씁새가 건너편을 향해 소리쳤다.
“시방 뭐 허자는겨유? 우덜 낚싯대 펼친 거 안 보여유? 낚시꾼이 도리가 있구 예법이 있는 법인디, 이리 바짝 던지문 우쩌자는겨유?”
“그라문 우쩌겄슈? 이 동천보서 가장 깊은 수심이 거긴디.”
건너편의 낚시꾼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아랑곳없이 두 번째 낚시꾼이 릴을 던졌고, 이번에도 릴은 씁새패들의 낚싯대 근처로 떨어졌다.
“얼레? 이게 뭐 허자는 짓이여?”
성질 터진 총무놈이 건너편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유! 던질라면 우덜 자리는 피해서 저 위짝이나 아래짝이루 던져야지 넘의 낚싯대에 던지는 벱이 워딨슈?”
그러나 건너편에서 날아온 대답은 씁새들의 심기를 뒤집어 놓았다.
“워디 던질 곳이 마땅허덜 않네유. 그라니께 그짝 분덜이 많이 양해해 주셔유. 워디구 수심이 얕아서 참이루 든적시럽구먼유.”
그리고는 다시 릴이 날아와 씁새들의 낚싯대 근처에 가깝게 떨어졌다.
“이봐유! 지금 해보자 이거여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치키 해볼래구 혀두 상황이 그려유. 우덜은 릴만 가져와서 우치키 해보덜 못허네유.”
아예 웃음소리까지 섞어서 건너편에서 대답이 날아왔다. 아마도 그들은 씁새패들이 대낚시만 챙겨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씁새패들의 반 욕이 섞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릴을 던졌고, 총 7대의 릴이 씁새들이 낚시하는 자리 근처로 떨어졌다. 어떤 것은 호이장놈의 4칸 대를 넘어서 떨어진 것도 있었다.
“이놈덜이 김정은이의 대포동이여, 뭐여? 증말루 해보자 이거여?”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씁새가 자신의 낚시가방에서 릴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려. 더 이상은 참덜 못혀!”
호이장놈까지 낚시가방에서 릴을 모두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회원놈이 씨익 웃으며 자신의 낚시가방을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이놈덜아! 스커드 미사일을 받아라!”
씁새의 릴이 그대로 건너편 낚시하는 녀석들의 자리 앞으로 떨어졌다.
“뭐여? 사람 잡을라는겨?”
건너편에서 욕과 함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워미, 낚시터가 협소헌 상황이라 우치키 거기까지 넘어가누먼유? 우덜이 보기에는 그짝이 수심이 깊어 보이누먼유.”
호이장놈이 킬킬거리며 릴을 던졌다. 10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동전을 정확히 맞춘다고 반 거짓말을 해대는 호이장놈의 릴이 주먹만 한 떡밥을 달고 건너편 한 녀석의 바로 앞에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누구 쥑일라고 허는거여? 니놈덜 살인자여? 이 개눔덜아!”
성질이 난 건너편의 녀석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는 건너편의 녀석들이 일순간에 남아있는 릴 3대에 떡밥을 달아 이쪽으로 날렸다. 지지 않고 씁새 패들도 남아있는 릴에 주먹만 한 떡밥을 달아 건너편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좀만것들! 대륙간 탄도탄 쏴 올리는 김정은이 같은 놈들!”
씁새가 씩씩거리며 세 번째 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김정은의 졸개들아! 스커드 미사일을 받아라!”
“이번엔 현무 미사일이다, 잡것들아!”
막말이 난무하며 떡밥을 가득 매단 추들이 동천보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낚시는 안중에도 없이 릴을 던지고는 감아 들이고, 다시 던지는 식이었다. 정말 이대로라면 누구하나 몸에 맞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오냐! 이 씁새들아! 핵 미사일이다, 받아라!”
건너편에서도 지지 않고 릴이 날아왔다.
“근디, 거시기허는디, 성님덜은 우째 거시기 해유?”
이 상황에 놀라 뒤로 피신해 있던 거시기가 상황을 지켜보며 웃고만 있는 회원놈과 총무놈을 보며 물었다.
“미사일 따위로 되겄는가? 인자 슬슬 시작해 볼까?”
회원놈과 총무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가당찮게도 루어낚싯대였다.
“이짝 동천보가 끄리 낚시터루 유명시럽다네유? 우덜은 루어 던질라구 왔는디, 새삼 낚시터가 개판이라 지대루 못 던져두 이해덜 허셔유.”
그리고는 회원놈과 총무놈이 루어대를 휘익 날렸다.
“확실히 동천보가 낚시터루는 개판이여. 이봐, 괴기는 안 잽히구 죄다 썩은 낚싯줄만 걸려 나오잖여.”
총무놈이 루어를 감으며 말했다. 녀석의 루어바늘에 건너편 놈들의 릴줄이 죄다 걸려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려. 낚시터 예법두 모르는 놈덜이 죄다 낚싯줄만 던져놓고 갔는개비여. 내 것두 죄다 낚싯줄만 걸려 나오네 그려.”
회원놈도 건너편 놈들의 릴줄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야이, 상녀리 새키들아! 잘 먹고 잘 살아라, 개눔의 새키들아!”
결국은 릴들을 주섬주섬 챙긴 건너편 녀석들이 쌍욕을 한바탕 쏟아놓고는 사라졌다.
“씨불놈덜이 욕이여, 뭐여? 워디서 신성헌 낚시터서 분탕질을 치는겨?”
신이 난 호이장놈이 릴을 접으며 웃었다.
“잠깐, 회원놈! 이거 뭐여? 이 부루조아 반동 낚시꾼놈이 어느새 루어대를 새루 장만혔네? 이 썩을 자본주의 적폐 낚시꾼놈!”
씁새가 회원놈의 고가의 루어대를 보고 소리쳤다.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낚시 관심종자! 저 놈은 낚시꾼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혀!”
호이장놈도 회원놈의 루어대를 보며 떠들어댔다.
“참이루 거시기헌 형님들이여… 이게 거시기여? 노바닥 거시기만 거시기혀구. 참이루 거시기 하기 참… 거시기혀다.”
(참 든적시런 놈들이여… 이게 낚시여? 맨날 사고만 쳐대고. 참말로 내 낚시 인생도 험난하기 이를 데 없다.)
뒤로 물러앉아 한참을 떠들어 대는 씁새패들을 보며 거시기가 중얼거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