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붕어 산란기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4월 중순, 낚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평 구계지에서 촬영 중 덩치 큰 붕어가 마구 낚인다는 얘기였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들은 다음날 들뜬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밤에는 입질 가뭄
전남 함평군 해보면 금덕리에 있는 구계지는 만수면적 1만5천평의 평지형 저수지다. 상류에 줄풀수초 군락이 있고 연안을 따라 말풀수초가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외래어종은 배스와 블루길이 있으며 붕어, 가물치 등 다양한 토종어종이 산다.
오후 4시에 도착해 상류 지역 일부만 둘러보고 눈에 띄는 자리에 대편성을 했다. 말풀과 줄풀수초가 무성하게 자란 포인트라 빈 공간에 채비를 넣기가 쉽지 않았다. 대편성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면의 찌가 올라와 챔질하니 빈 바늘이 올라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찌 대부분이 서서히 올라오는 게 아닌가. 취재 당일 기온이 20℃가 넘어 표층 수온이 오르면서 찌 표면에 기포가 발생해 찌가 솟은 것이었다.
해가 저물기 기다리면서 서둘러 저녁을 해결하고 일찌감치 밤낚시에 돌입했다. 밤 9시경 5.1칸 대의 찌가 보이지 않아 의자에서 일어서니 찌가 이미 다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챔질하니 당연하듯 빈 바늘이 올라왔고 그 후 자정이 되도록 이렇다 할 입질이 없었다. 그러다가 하필 잠시 음료수를 가지러 갔다 온 사이 4.2칸 대의 찌가 다 올라와 있었고 이후 입질이 끊겼다.
필자가 철수한 후 함평 구계지로 출조한 김명종 씨가 4짜 붕어를 걸어 파이팅하고 있다.
오전 9시 이후 허리급 월척에 4짜도 두 마리!
날이 밝아오니 물안개가 시야를 가려 찌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렸다. 낚시를 접을까 싶던 오전 9시경, 정면으로 던져 놓은 4.6칸 대의 찌가 슬금슬금 올라서는 것을 보고 챔질! 순간 낚싯대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수면으로 올라온 첫 붕어는 38cm 월척! 20분 후 우측 5.7칸 대의 찌가 솟아오르는 입질에 챔질했지만 묵직한 느낌과 동시에 채비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채비를 확인해 보니 바늘이 부러져 있었다.
새벽부터 수면에 피어오른 물안개로 찌가 잘 보이지 않아 오전에는 입질 파악이 쉽지 않았다. 정오가 가까울 무렵 다시 4.6칸 대의 찌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챔질하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바늘에 걸린 놈은 수면 위로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힘겨루기를 한 후 올린 붕어는 무려 44cm나 되는 붕어였다. 낚시자리가 불편한 탓에 찌가 수초에 가려 뜻하지 않게 입질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비록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았지만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하루 더 낚시하기로 했다.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상류 줄풀군락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이 포인트도 기포 현상으로 찌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기다려야 했다.
밤이 깊어지고 기온도 내려가 차츰 찌 오름 현상이 사라졌다. 자정쯤, 정면 4.2칸 대 줄풀수초에 붙여둔 찌가 두 마디 정도 오르다 멈추는 것이 보였다. 챔질하니 잠시 후 육중한 체구의 붕어가 수면 위로 드러내었고 계측하니 42cm가 나왔다.
옥수수글루텐 미끼가 가장 효과적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새벽 3시쯤 잠깐 조는 사이에 맨 우측 줄풀수초 빈 공간에 두었던 찌가 몸통까지 올라와 있었다. 역시나 오전 입질에 4짜급 한수와 월척 후반급 붕어를 추가 할 수 있었다.
필자의 구계지 호황 소식을 듣고 새벽에 찾아온 후배 김명종 씨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오전 낚시를 마치고 철수했다. 철수 후 김명종 씨에게 소식을 물으니 비바람에 낚시가 어려웠지만 월척급 두 수를 낚을 수가 있었다고 전해왔다.
이틀 후, 미련이 남은 필자는 급한 용무를 마무리하고 다시 구계지로 향했다. 이날은 말풀수초 주변에서 주로 입질을 받았고 챔질과 동시에 말풀수초 속으로 파고들어 놓친 붕어를 제외하고도 4짜급 3마리, 허리급 월척붕어 1마리를 낚았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추수가 끝난 늦가을에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
두 번의 구계지 출조를 통해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밤에는 잦은 입질이 없었지만 새벽 3시 전후로는 한두 번의 입질이 있었다. 날이 밝고 해가 떠오를 이른 아침과 햇살이 피부에 따갑게 느껴지는 오후 2~3시부터 본격적인 입질이 있었다. 주로 말풀수초 속에서 입질이 잦았고 미끼는 옥수수와 어분이 함유된 옥수수글루텐이 잘 먹혔다. 특히 글루텐이 효과적이었다. 특히 다른 낚시인들도 있었지만 유독 우리에게 잦은 입질이 왔는데, 아마도 서로 다른 글루텐떡밥을 사용한 것이 조과 차이가 난 원인으로 보였다.
정리하자면 말풀 공략, 미끼 선택, 오전 시간에 낚시에 집중하는 것이 조과를 결정하는 요건이라고 본다. 현지 낚시인들에게 구계지는 터 센 저수지로 알려져 있으며 입질은 적어도 걸면 씨알이 굵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호황이 나온 것은 과거 구계지 상류에 있던 문장낚시터(유료낚시터)가 지난 해 문을 닫으면서 그곳에 있던 붕어들이 유입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5월에 구계지로 출조한다면 배수 상황을 고려하길 당부한다.
내비 입력 함평군 해보면 금덕리 산 11-1
구계지 상류에서 촬영한 줄풀수초 지대. 상류 도로 옆에 주차하고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출조 당일 필자가 낚은 조과. 우측 3마리는 4짜, 좌측 2마리는 38cm다.
김명종 씨가 출조 다음날 아침에 낚은 41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철수할 때 낚은 붕어로 기념 촬영한 필자.
44cm가 최대어며 4짜 3마리와 38cm 붕어 두 마리를 낚았다.
필자의 낚시 자리. 상류 줄풀수초 주변에 대를 폈다.
도로변 정자에서 촬영한 구계지 상류 전경.
필자가 낚시한 자리를 연안 맞은편에서 촬영했다. 전역에 줄풀과 마름이 자라 있는 것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