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해동부 지역에 90cm 대물 농어가 10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명 ‘돼지농어’로 불리는 녀석들은 점점 몸집을 불려 현재는 미터급에 육박한다. 11월 중순 이후 기상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시기에도 호황을 보였으며 12월에 접어든 지금도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주 감포에서 낚은 60cm 농어. 히트 루어는 야마리아 엔초비 125F.
취재당일 양포항 앞 해변의 파도. 포말이 넓게 퍼질 때가 찬스다.
취재당일 메인 루어로 사용한 야마리아 엔초비 125F. 넙치농어 전용으로 출시한 제품
이지만 파도 치는 얕은 곳에서 효과적이라 남해동부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산란 전 베이트피시 노릴 때가 피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농어는 민농어, 점농어, 넙치농어 3종이며 종류별로 산란 시기가 차이난다. 점농어는 가을~초겨울, 넙치농어는 3~5월, 일반 농어는 1월 중순 전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부산~경주~포항에서는 대략 11월부터 연안에서 농어낚시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1월 중순이 되면 산란으로 인해 낚시가 주춤해지기 때문에 지금이 농어 루어낚시를 하기에 가장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남해동부에서는 11월 전후에 멸치나 학꽁치 등 소형 어류가 연안으로 접근한다. 작년에는 11월 초까지만 해도 멸치 어군이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형성되었지만 올해는 10월 말부터 멸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급격하게 나빠진 날씨 때문에 멸치 어군이 빨리 연안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농어 루어낚시에 한해서는 기상악화가 호재로 작용했다.
기자는 지난 10월 말부터 부산에서 활동 중인 라팔라 필드스탭 박상욱 씨로부터 농어 호황 소식을 듣고 있었다. 무늬오징어 시즌이 채 막을 내리기도 전에 대형 농어가 부산, 경주, 포항에서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 지난 11월 27일 오후에 포항 양포에서 박상욱 씨 일행을 만났다.
잠행수심 50cm 플로팅 미노우에 올킬
27일 오후 5시, 양포항과 이어진 갯바위에서 박상욱, 신현우, 어용군 씨와 농어 루어낚시 촬영을 시작했다. 경주 감포와 이어진 양포 일대에서는 최근 90cm급 농어를 낚았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찾은 것이다. 가장 먼저 노린 곳은 양포축양장 옆 갯바위. 박상욱 씨는 “갯바위 발판이 좋지 않아 진입하기 조금 불편하지만 파도가 치면 항상 농어가 나오는 곳”이라고 했다.
농어루어 전용 장비에 미노우는 야마리아 초비 125F를 사용했다.
넙치농어 전용으로 개발된 미노우지만 잠행수심이 50cm 이하로 얕아 포항권 얕은 갯바위에서도 밑걸림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일행들도 내가 사용한 미노우와 비슷한 섈로우 타입 미노우를 골라 캐스팅을 시작했다.
해가 진 직후, 만조를 지나 초썰물이 시작되어 조류가 묵직하게 미노우를 끌고 가는 느낌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문기 씨가 히트를 외쳤고 릴링하니 50cm가 조금 넘는 농어가 올라왔다. 그 이후 어용군 씨가 농어를 걸었지만 털리고 말았고 박상욱 씨에게는 입질이 오지 않았다.
밤 8시가 되어 본격적인 농어의 입질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입질이 오지 않았는데, 11월 중순에만 해도 많았던 베이트피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포인트를 감포해수욕장으로 옮겼다.
비슷한 상황에서 감포해수욕장에서는 두 시간 동안 60~80cm 농어를 4마리 낚을 수 있었다. 갯바위에 비해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와서 라인이 흐트러지지 않아 입질 후 바로 챔질하기 좋았고 농어의 바늘털이도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해가 진 후 농어를 5마리나 낚았기에 철수하려 했으나 박상욱 씨가 부산 영도로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경주 일대에서 베이트피시가 사라진 것이 수상하니 부산권 상황은 어떨까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늘진 어두운 곳 노리면 백발백중
경주에서 철수 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해 부산 영도 45광장 갯바위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은 상황. 썰물이 거의 다 진행되어 간조에 가까웠고 그 덕분에 갯바위가 거의 다 드러나 연안 간출여 포인트로 진입하기 수월했다.
감포에서 사용한 장비 그대로 속전속결로 주변 수중여를 공략했다.
박상욱 씨의 예상대로 10cm 크기의 대멸치가 사방에서 튀는 것이 보였고 곧바로 농어를 걸어 파이팅을 시작했다. 올라온 농어는 90cm! 연안에서 낚을 수 있는 농어 중에서는 특급 사이즈로 언뜻 보기엔 미터급에 육박해 보였다.
박상욱 씨가 90cm 농어로 손맛을 본 후 신현우, 어용군 씨도 연이어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시작했다. 간조 무렵이라 그런지 입질이 약하고 얕은 수심에서 농어가 바늘털이를 하는 바람에 미노우가 빠지기도 했지만 70cm급으로 시원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최근 남해동부권 농어 루어낚시 특징이라면 어둠이 깔린 포인트에서는 대부분 농어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어는 조류를 타고 먹이활동을 하기에 물때를 잘 맞추어 낚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파도가 높이 치는 날에 그늘이 지는 어두운 곳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감포와 양포 갯바위는 주변에 가로등이 적어서 수면 전체가 어두우며, 영도 일대는 가로등이 많아 밝아 보이는 반면, 연안 언덕과 아파트로 인해 짙은 달그림자가 생기는 구간이 많아 노릴 곳이 많다. 그림자가 끝나는 구간은 농어가 매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노려야 할 곳이며 수온이 내려가 해초가 자라는 곳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
박상욱 씨가 낚은 90cm 농어.
부산 영도 75광장 갯바위에서 90cm 농어를 낚은 박상욱 씨.
울산에서 경주로 이동하며 촬영한 간절곶 일대 포인트. 마릿수와 씨알을 겸비한 자리다.
영도 75광장 아래 포인트에서 어용군 씨가 농어를 노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곳은 영도 초입.
신현우 씨가 경주 감포에서 첫 수로 낚은 농어를 보여주고 있다.
어용군 씨가 부산 영도에서 낚은 70cm 농어를 보여주고 있다.
박상욱 씨가 부산 영도 반도보라아파트 해안산책로 앞 간출여에서 농어를 노리고 있다.
그늘이 지는 어두운 곳에 농어가 숨어 있다.
영도 간출여 포인트에서 농어를 노리는 박상욱 씨.
박상욱 씨가 취재 이튿날 다시 영도로 출조해 낚은 91cm 농어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철 농어루어 상식
높은 파도에 주의하며 맞바람 ‘직공’
겨울에 농어루어 출조를 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강풍과 파도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파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안전을 위해 포인트에서 한발 물러나서 캐스팅하는 것이 필수다. 가끔 높은 너울 파도가 치면 파도를 맞고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그리고 맞바람을 뚫고 너울파도를 넘겨 포말이 이는 곳으로 장타를 날려야 하기 때문에 로드는 9.7ft 이상 긴 것을 쓰고 허리힘이 강해서 파도밭에서 큰 농어를 끌어내기 유리한 로드를 사용해야 한다. 미노우는 잠행수심이 50cm 내외인 플로팅 미노우를 쓰거나 무게 20g 이내의 가벼운 싱킹 펜슬을 사용해 얕은 곳에서의 밑걸림을 줄이고 낚시한다. 맞바람이 부는 날에는 30g 내외의 묵직한 싱킹 펜슬을 사용해 맞바람을 뚫고 캐스팅해야 포인트 공략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