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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 억울하고 분한 제주 갈치 개막기 “내가 간 날만 꽝이고 연이어 대박이라니!”
202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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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

억울하고 분한 제주 갈치 개막기

“내가 간 날만 꽝이고 연이어 대박이라니!”


김진현 기자




타스코피싱 김덕한 대표가 채비를 마치고 일명 ‘대포’로 불리는 공기포를 사용해 채비를 날리고 있다.


해가 지기 전에 바닥층을 노려 4.5지 갈치를 올린 정용진 씨.



지난 8월 1일 타스코피싱 연구소 김덕한 대표와 제주 도두항에서 갈치 배낚시 취재를 나갔다. 8월 1일부터 갈치 금어기가 해제되어 제주 근해에서 갈치낚시가 가능해졌기에(금어기 때는 공해상에서만 가능) 외줄낚시와 텐빈낚시를 병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부산 ‘낚시야’ 회원들이 동행하려 했지만 관광 성수기라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일정을 취소하고 만 것이다. 나도 8월 1일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하루 전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전에는 관광객이 적어 여름에도 저렴한 비행기표가 많았는데, 현재는 관광객이 몰려 비행기표가 비싸고 구하기도 힘든 것이 출조의 애로 사항이다. 실제로 제주 갈치낚시의 새로운 문제로 비행기표 가격 상승이 거론될 정도다. 그 때문인지 오후 4시에 도두항에 도착해 보니 출조하는 낚시인이 적었고 아예 출항하지 않는 낚싯배도 많았다.


해가 지기도 전에 4.5지 출현


8월 1일 오후 4시. 무더운 날씨 속에 제주시 도두항에서 에이스호에 승선, 인천에서 온 정용진, 백성목, 박현수 씨 일행과 출항했다. 에이스호 선장은 20분 정도 애월 방면으로 이동하다 포인트를 정하고 물돛을 내렸다. 제주 연안에서 멀지 않지만 물돛을 내린 주변 수심은 80~150m. 바닥이 펄이고 수심이 깊어 갈치낚시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취재일 승선한 에이스호는 9.77톤짜리 배지만 14명까지 예약을 받기 때문에 낚시할 공간이 널찍했다. 낚시 자리 간격이 2m 이상으로 넓어 어느 자리를 선택하든 두벌채비(일명 투카)나 한치, 텐야, 텐빈을 병행할 수 있다. 특히 취재일처럼 낚시인이 적은 경우에는 옆 채비와 엉킬 일이 적어 마음 편하게 낚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김덕한 씨와 나는 갈치 외줄낚싯대와 텐빈대를 폈고 다른 낚시인들은 외줄낚시 두벌채비를 사용했다.

오후 4시에 출항했지만 여름이라 해가 길어 오후 8시까지 밝았다. ‘갈치낚시는 집어등을 켠 후 30분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 어둑해져야 갈치가 낚이므로 우리는 여유 있게 채비를 준비하고 음료를 마시며 해가 지길 기다렸다. 그런데 선두에 선 정용진 씨가 해가 지기도 전에 수심 90m 바닥층에서 4.5지 갈치와 3~4지 갈치를 마릿수로 낚아내 대물 갈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해초 더미와 해파리가 낚시를 방해


오후 8시를 지나 어둑해진 후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갈치의 입질이 전혀 없었다. 인천에서 온 낚시인들은 15단 카드채비 2벌을 썼는데 채비를 올릴 때마다 2~3지 갈치가 한두 마리 올라오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밤 9시가 되어 들물이 세차게 흐르니 해초 더미가 구름처럼 몰려왔고 노무라입깃 해파리도 밀려와 낚시를 방해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에이스호 선장은 곧바로 물돛을 걷고 포인트를 이동했다. 추자도 방향으로 30분 정도 더 달려 도착하니 주변에는 낚싯배가 적었고 해초 더미도 보이지 않았다.

선장이 다시 물돛을 내린 후 김덕한 씨는 본인이 꽁치 대용으로 출시한 돼지고기 미끼를 사용해 반전을 노렸다. 최근 꽁치 가격이 급등해 선주나 선장이 미끼 수급에 어려움을 격자 대안으로 출시한 미끼다. 돼지고기 미끼는 30년 전부터 남해안에서 갈치릴찌낚시 미끼로 즐겨 사용했다. 살이 부드럽고 물속에 오래 있어도 형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돼지고기 역시 가격이 폭등해 수급이 어려웠지만 김덕한 씨는 저렴한 부위를 대량으로 수입해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돼지고기 미끼는 붉은 살이 가장 잘 먹히고, 하얀 비계 부분은 깊은 수심에 있는 큰 씨알에 잘 먹힌다고. 돼지고기 미끼는 바늘에 꿰기 좋게 잘게 썰려 있어서 꽁치를 잘라야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빈작에 당황


기대를 걸고 돼지고기 미끼와 꽁치 미끼를 병행하며 외줄낚시와 텐빈을 시도했지만 입질이 오지 않았다. 정용진 씨는 “매년 이맘때 삼사일씩 제주도로 연박 출조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입질이 없는 날은 처음입니다. 지난 장마 때 남해안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연안수가 유입된 후 기온이 올라 적조 현상도 보이고 물색도 탁해서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삼사일씩 연박으로 출조하는 이유도 가끔 이런 몰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갈치가 전혀 낚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15단 채비를 올리면 한두 마리가 붙어 있었고 그나마도 씨알이 작아 방생하기 일쑤였다. 에이스호 선장과 사무장도 갈치 조업을 시작했으나 입질이 오지 않아 다시 포인트를 이동했다. 제주도 근해 갈치낚시는 보통 오후 5시30분에 출항해 오전 4시30분에 철수한다. 11시간 정도 낚시하지만 여름에는 해가 오후 8시에 지고 오전 4시경 뜨므로 사실상 낚시 시간은 8시간 정도다. 그런데 포인트 이동에만 한 시간을 넘게 써버리니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시 물돛을 걷고 이동 후 물돛을 내리기를 반복. 이번에는 함덕 방면으로 20분 정도 이동했는데 여기에서도 작은 갈치만 낚였다. 돼지고기 미끼를 꿴 텐빈에는 갈치가 금방 입질했지만 수심 20~30m에서 2지 갈치가 올라오니 남해 내만권으로 출조하는 것만 못했다. 실망이 컸지만 취재당일에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 물돛을 내린 자리에서 해초 더미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다고 푸념했지만 지난 일이라 돌이킬 수 없었다. 에이스호 선장은 새벽 4시가 되어 일찌감치 철수를 결정했다. 인천에서 온 낚시인들의 조과를 보니 2~3지급으로 50마리 정도였고 김덕한 씨와 나도 비슷한 조과를 거두었다.


취재 끝난 후엔 조황 급상승 중


씨알도 잘고 마릿수도 부족한 이런 현상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했다. 철수 후 이튿날 에이스호 홈페이지에서 조과를 보니 내가 출조한 8월 2일이 최악이었고 3일부터는 3~4지급으로 마릿수 조과를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일에는 호황이라고 할 정도로 큰 씨알이 낚였고 다시 이틀이 지난 8월 6일과 7일에는 거의 만쿨 수준으로 갈치가 낚인 것을 확인했다. 인천 낚시인들이 3일씩 연박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3일 중 하루만 대박을 치면 나머지 이틀의 빈작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 갈치 조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초만 해도 잔챙이 마릿수 조과였지만 이제는 서너 마리만 놓아도 박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굵직한 씨알이 낚이는 것으로 보아 조심스레 오는 가을 호황을 기대해 본다.


출조문의 제주 에이스호 010-3548-3472





도두항에서 바라 본 한라산.


갈치, 한치, 갑오징어 출조가 이뤄지는 제주 도두항.


최근 제주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갈치바늘. 형광색, 케이무라 컬러 튜브를 씌웠으며

아가미를 연상하게 하는 실을 덧 묶어 어필 효과를 높인 제품이다.


김덕한 대표가 꽁치 대용 미끼로 출시한 돼지고기 미끼. 주로 텐빈 미끼로 사용한다.


인천에서 온 백성목 씨의 15단 채비 정렬.


낚싯배에 공급하기 위해 만든 대용량 돼지고기 미끼.


들물이 흐르자 해초 더미가 밀려 들고 있다.


낚시인들의 갈치 조과. 15단 채비를 모두 걷어도 씨알이 작은 갈치 두세 마리만 올라왔다.


“오늘은 갈치 씨알이 너무 잘군요.” 2지 갈치를 올린 김덕한 대표.


텐빈으로 갈치를 낚은 김덕한 대표.


돼지고기 미끼를 물고 나온 갈치. 붉은 살에 빠르게 입질했다.






3일 동안 연속 출조한 인천 정용진 씨 일행의 조과.

8월 4일과 5일 연속으로 씨알 굵은 갈치를 많이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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